국힘 ‘계엄 사과’ 딜레마 …박형준 또 한 번 역할 맡을까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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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2020년 ‘탄핵의 강’ 넘는 데 주도
지선 앞 ‘계엄의 강’ 극복에 나설지 주목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우 대전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정희용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우 대전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정희용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1년을 앞두고 ‘사과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보수층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에 시선이 쏠린다. 전국 광역단체장 중 처음으로 당 지도부에 계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만큼 갈라진 보수 진영을 다시 규합하는 데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초선인 김재섭 의원은 28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장동혁 대표가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사과 메시지를 결국 내지 않을 경우 20여 명의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초선 김용태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을 결사옹위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며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정치의 도리”라고 힘을 보탰다.

당내에서 이러한 비상계엄과 관련한 사과 요구가 분출하고 있지만 장 대표 등 지도부는 여전히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면서 내부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이제 6개월 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일각에서는 당이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계엄에 대한 사과를 정면 요구한 박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가 탄핵의 강을 건너 하나로 뭉치는 데 역할을 한 바 있다. 당시 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통합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보수가 용광로 같은 화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를 통해 지지층은 물론 현역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국민의당 등 중도보수 정당이 하나로 뭉친 미래통합당이 탄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에도 그는 비슷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3일 부산 동서대에서 열린 한 시사 대담에서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저할 필요가 없다. 상대가 밉고 정말 잘못한다고 해서 우리의 잘못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태도와 기준으로 다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러한 박 시장의 소신 발언은 계엄과의 절연 없이는 확장이 불가능한 부산은 물론 전국 민심에 대한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의 강’을 건너는 데 있어서 박 시장이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입법, 행정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더불어민주당에 뺏기면 안되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면서 “지방선거 6개월 전 비상계엄 1년을 맞이하는 데 우리 당은 여전히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힐난하기 바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보수로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한다”며 “박 시장이 광역단체장 중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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