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이어진 ‘기술유출 분쟁’… 항고 기각으로 ‘변곡점’ 맞나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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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력 제조 기술 유출 ‘고소’
부산고검, SNT모티브 항고 기각
코렌스, 명예 회복 법적 조치 추진
SNT모티브, 불복 절차 진행 예고
지역 차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코렌스 사옥 전경. 코렌스 제공 코렌스 사옥 전경. 코렌스 제공

부산·경남 자동차부품 업계를 3년 넘게 달궈 온 코렌스·코렌스EM과 SNT모티브 간 기술 유출 분쟁이 검찰의 ‘항고 기각’ 처분으로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하지만 수사 기관의 결론에도 양측이 맞고소와 불복 절차 등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사태가 봉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지역 간판 기업들의 소모적인 대립이 부산 자동차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비밀 유출 증거 없다” 고검도 ‘기각’

코렌스는 27일 “부산고등검찰청이 지난 21일 SNT모티브가 코렌스 및 이직 직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항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SNT모티브가 2022년 7월, 자사의 핵심 인력이 코렌스로 이직하며 모터 제조 기술 등을 유출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지 약 3년 4개월 만에 나온 판단이다.

앞서 2024년 10월 부산경찰청의 ‘불송치’ 결정, 2025년 7월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의 ‘불기소’ 처분에 이어 부산고검까지 동일한 결론을 내리면서, 수사 당국은 일관되게 코렌스 측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고검은 항고 기각 결정문을 통해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이었던 ‘본드 도포량’이나 ‘건조 조건’ 등의 공정 기술 정보에 대해 설계 도면이나 기술정보가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정문에서 “협력업체의 생산과정에서 취득한 정보인 본드 도포량과 건조 조건을 항고인의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 설사 영업비밀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관련 기록에 의하면 공장 내부 작업 라인 옆에 작업자들이 볼 수 있도록 본드 도포량, 건조 시간 등이 기재된 작업표준서가 표지판 형태로 비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위 표지판에 비밀 취급 경고문 부착 등 비밀 표기를 한 흔적이 없는 점 등이 인정되는 바 항고인이 이를 영업비밀로 관리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고죄로 대응” vs “재정신청 불사”

법적 리스크를 해소한 코렌스는 즉각 태세 전환에 나섰다. 그동안의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회사의 명예 회복과 손해 배상을 위한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코렌스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경쟁사의 무분별한 고소와 반복된 항고로 인해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정상적인 수주 활동과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 동일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SNT모티브 측을 상대로 무고죄 형사 고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강력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NT모티브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SNT모티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병역특례로 부당 입사한 피고인이 27명에 달하는 모터 설계·생산·품질 인력을 부정 유출하고, 협력업체를 통해 모터프레임 고정용 지그를 포함한 DRB모터 프레임 제작과정 전체를 부정 취득한 행위에 대한 항고기각 결정은 당사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워 현재 항고 기각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를 진행 중이다”며 “당사는 끝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한 입장을 소명해 나갈 것이며 불복 절차를 통해 잘못된 판단이 바로잡히고, 진실이 명확히 규명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사태 장기화 우려 커지는 업계

지역 사회와 자동차부품업계는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역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차로 급격히 재편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기술 개발 속도와 선제적인 투자 등이 중요한데 이미 부산 대표 기업들이 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3년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뒤바뀐 격동의 시기였다”며 “부산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기술 고도화와 해외 판로 개척에 쏟아부어도 모자랄 역량을 법적 다툼에 낭비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또다시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경우 두 기업 모두 타격을 입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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