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삼킨 아파트 7개 동… 55명 사망·200여 명 실종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
홍콩 타이포 구역 ‘웡 푹 코트’
26일 낮 고층 아파트 단지 화재
실종자 대부분 내부에 갇힌 듯
책임자 3명 과실치사 혐의 체포
지난 26일(현지 시간) 홍콩 북부 타이포(Tai Po) 구역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불이 나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 상태다. 일부 동은 화재 진압이 진행 중인 까닭에 사상자는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EPA연합뉴스
홍콩에서 지난 26일(현지 시간) 발생한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 참사로 최소 55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실종 상태다. 과실치사 혐의로 건물 보수 공사 책임자 3명도 체포됐다.
27일 로이터통신과 홍콩 성도일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2시 52분 홍콩 북부 타이포(Tai Po) 구역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불이 나 큰 인명 피해를 냈다.
홍콩 소방 당국은 27일 오후 3시 기준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55명으로 늘어났으며 현재 40여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가운데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도 포함됐다. 또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00여 명은 실종 상태다.
불이 난 건물 총 7개 동 중에서 4개 동이 거의 10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화재 발생 하루가 지난 27일까지도 3개 동은 진화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아래층에서부터 수색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숨진 소방관과 희생자 가족에게 위로를 표했으며 피해 최소화를 촉구했다고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화재에 대해 “대규모 참사”라고 표현했다.
이번 화재는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홍콩 당국은 전날 오후 6시 22분 이번 화재에 대해 최고 화재 등급인 5급 경보를 발령했다. 5급 경보는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화재가 난 단지는 총 8개 동으로 이뤄져 있고, 2000가구에 약 48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가 위치한 타이포 구역은 중국 본토에 인접한 교외 주거지역으로 유명하며 약 30만 명이 거주한다. 홍콩 당국은 관광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인근 학교 건물 등이 임시 대피소로 개방됐으며 약 900명이 수용됐다.
이처럼 화재 피해가 커진 데는 1년여 넘게 이어진 아파트 보수 공사로 인한 요인들이 지목됐으나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화재 당시 건물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작업자 이동용 간이 구조물)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홍콩의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에 대해 홍콩 정부가 안전 문제로 공공 프로젝트에서 사용 금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올해 초 밝힌 바 있다고 AP는 짚었다. 외벽에 설치됐던 안전망, 방화포, 비닐막 등을 타고 화재가 이례적으로 급속하게 확산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또 불에 타지 않은 건물 외벽 쪽에서 발포 스티로폼 판이 붙어 있던 사실이 확인됐으며 건물 내부에서도 환풍구 등에서 스티로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티로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한 소재다. 일부 주민들은 현지 언론에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건물 보수공사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