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현규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 차장 “미래세대의 국민연금 불만과 불신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
여야, 보험료·소득대체율 인상 합의
국회 특위, 개혁 논의 지지부진 상태
공단, 대학생·군인 등에 홍보·설명회
“제도 자체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어”
“국민연금, 국가가 지급하지 못하면 제가 대신 드리겠습니다.”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에서 근무하는 이현규 사업지원파트 차장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늘 이런 말을 한다.
이 차장의 책상은 오래된 신문이 늘 쌓여 있다. 주위 동료들에 의하면 한 달에 한 번은 쌓인 신문을 정리한다고 한다. 신문에 집착하는 이유를 물었다. “부산일보와 인연이 아주 깊습니다. 교육에 진심인 부모님 덕분에 한글과 영어를 일찍 접했어요. 한글을 깨치고 바로 한 일이 신문 보기였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부산일보가 석간인 데다 고향인 경남 남해 지역은 다음 날 배송되었는데 한자는 왜 그렇게 많은지, 돌이켜 보면 지금 알고 있는 한자의 대부분은 신문을 통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생애 첫 아르바이트 역시 월급 7000원의 부산일보 배달이었죠.”
이 차장은 문해력 향상, 세상 돌아가는 일 등 신문 읽기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두 아들에게도 권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유튜브 등 SNS를 더 좋아해 안타깝다고 한다. 이 차장은 맡은 업무 때문에 아침 출근길부터 오전 한 시간 정도는 부산일보를 비롯한 부울경 지역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모니터링한다. 공단 관련 뉴스는 물론 지역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뉴스를 훑어본다. “저의 지식 중 8할은 신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취재하고 정보를 전달해 주는 기자분들께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기자나 칼럼니스트가 되고픈 마음에 고향 남해를 떠나 동의대 국문과에 진학했다. 학과 공부보다 신문과 시사지를 더 많이 봤다고 한다. 기자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공단에서 사업 지원, 홍보, 사회공헌 등 대내외를 아우르는 업무를 맡고 있고, 업무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보단 여러 분야에 흥미를 갖고 조금씩 배우려 합니다. 그래서 최근엔 러닝과 타로에도 입문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알기엔 신문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차장은 “여야가 지난 3월 국민연금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18년 만의 모수개혁안에 합의하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연금특위가 출범 6개월이 흐른 지난 9월 30일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등 연금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라면서 “이처럼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특위 논의에 최소 내년이 돼야 개혁 논의가 결실을 볼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모수개혁안 논의에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만과 불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공단은 대학생, 군인 등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홍보, 설명회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 설명회 등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이 차장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연금 지급엔 문제가 없다. 이젠 기금 소진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지속가능성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홍보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은 아직 4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제도 자체가 성숙하지 못했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 가족 중에 연금을 받는 사람이 생기고, 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국민연금에 대한 친밀도와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면서 “연금제도 자체가 사회적으로 매우 가치있는 것이며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신뢰가 있어야 제도와 공단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연금제도를 잘 알고 많이 받게 해드리는 것이 공단이 할 일이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차장은 이어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정치권과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국가적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부터 검증없이 부정확한 정보를 나르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국민연금을 주축으로 하는 노후소득보장체계의 구조개혁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은 상대적 약자인 노동조합, 시민단체, 특수고용노동자, 소상공인 등의 의견도 경청해야 모든 국민이 수용 가능한 제대로 된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은 또 “국민연금 발전을 위해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를 정규 교육과정에 넣어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사병 월급이 대폭 인상되었으므로 정부가 나서 이들의 국민연금 가입을 돕거나 크레딧을 확대하고, 격오지에 계신 분들을 위해 연금 일부를 현물로 지급하는 방식도 고민해 볼 때”라고 주장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