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년 4월 중국 방문·시진핑 미국 답방 큰 틀 합의 [2025 APEC]
미중 정상회담 내용·전망
반도체·통신사기 분야 등 논의
안보 관련 협상 빠져 불씨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시행 중인 합성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적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양국이 무역 전쟁 확전을 자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시적으로 긴장은 완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만 문제 등 미해결 쟁점이 많이 남아 양국 갈등의 중대 전환점을 만들 유의미한 결과까진 도출하지 못했단 평가다.
■무역 협상 합의 내용은?
AFP와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김해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만나 약 1시간 40분간 회담한 뒤, 희토류와 대두, 반도체 수출 등 양국 간 무역 분쟁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중국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합성마약 펜타닐 문제와 관련,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원료물질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처를 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미국은 중국에 대한 펜타닐 관련 관세를 기존 20%에서 10% 낮추기로 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이 강하게 반발한 희토류 수출 통제는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희토류는 전투기, 반도체, 자동차 등 다양한 군수·민간 용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광물이다. 중국의 매장량이 많은 데다 채굴과 정제가 어려워 사실상 중국이 독점해 왔다. 중국이 지난 4월 미중 무역 전쟁 와중에 핵심 광물의 수출을 중단하기로 하자 전 세계 관련 업계가 희토류 수급의 차질을 겪어왔다. 중국은 또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 대두는 미국이 중국에 판매하는 최대 규모 농산물로, 전체 수출량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한다.
이 밖에도 양국 정상은 또 향후 인공지능(AI) 생태계 핵심 부품인 반도체 등 주로 경제 분야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내달 중순 만료되는 미중 간 ‘초고율 관세 유예’ 기간의 재연장 문제에 합의했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미중 관계 향후 전망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 등 안보 관련 논의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군사·전략적 이슈로 다뤄오며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회담 이후 귀국길에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대만 (문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그 이후에는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로 답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내년은 돼야 미해결 쟁점과 양국 관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당분간 물밑에서 치열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하는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 중심에 서겠다는 ‘다자주의 수호’를 주창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APEC 본회의에서 미국을 ‘일방주의’로 비판해 온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이 없는 사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 주도 시스템을 겨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