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 반등’ 웃음, 조선·조선기자재 ‘영역 확대’ 환호
한미 정상회담 지역 산업 영향
車 관세 인하에 최대 4조 절감
차부품업계도 수출 확대 ‘효과’
핵추진 잠수함·마스가 프로젝트
새 사업 확장 ‘낙수효과’ 기대감“
지역 기업에 기회, 기술 개발을”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에 따라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게 됐다.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지역 산업계를 비롯한 국내 산업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관세 장벽이 다시 15%로 낮아져 수출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됐고 마스가 협력 기대감이 높은 조선·조선기자재업계는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 새로운 영역 확대 기회를 잡고 환호하고 있다.
■수출 확대 기대감 커진 자동차
미국은 이번 협상 타결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로 유지하되, 그간 지역 업계의 발목을 잡아 온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현행 25%에서 15%로 전격 인하하기로 했다.
완성차업계는 관세 여파로 7개월 연속 감소라는 대미 수출 악화에 허덕였다. 25% 관세로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에만 약 1조 6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관세 협상 타결로 다시 한 번 경쟁력을 확보, 수출 확대를 기대하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관세 인하로 현대차·기아의 연간 비용 절감 효과가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전쟁 여파에 시달리던 지역 자동차업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부산본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부산 지역 자동차부품의 대미 누계 수출액은 85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8%나 급감했다.
생산량 90%이상을 북미 시장에 수출하는 한국GM 부진은 지역 협력업체에 직격탄이 됐다. 한국GM은 지난 9월 글로벌 시장에서 총 2만 3723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만 8967대) 대비 39.1%나 쪼그라든 수치다. 한국GM 창원공장에 지역 부품사 40여 곳이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급격한 매출 부진은 협력업체의 발주 물량 감소로 이어져 연쇄적인 일감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부산경남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권승민 상무는 “관세 장벽이 높아진 기간이 길어질수록 완성차는 물론 지역 부품업계까지 연쇄 타격이 예상됐다”며 “이번 협상 타결로 반등의 기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숙제도 안게 됐다. APEC CEO 서밋에서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전기차 라인 전환 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 부품업계의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자동차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 부산공장과 관계하는 지역 기업들은 이제 미래 차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먹거리 ‘핵잠수함’ 찾은 조선
조선업 부활을 노리는 미국으로부터 적극적인 러브 콜을 받아온 조선산업은 이번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새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 측으로부터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수함) 승인을 이끌어내며 ‘마스가’ 프로젝트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협상으로 상선·함정의 공동 건조, 노후 조선소 개선, 장기 선박 금융, 선박의 디지털화·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등 1500억 달러(약 21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 특히 한국형 핵 추진 잠수함 건조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운용 중인 3600톤급보다 훨씬 큰 6000톤급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조선업계의 ‘새로운 영역’으로 꼽힌다. 이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특수선업체들은 100MW급 일체형 SMR 개발에 나선 상황이어서 기존 상용 원전과 SMR 연구 경험을 토대로 한 원자로 자체 개발이 탄력받을 전망이다.
지역 조선기자재업계에도 ‘낙수효과’ 기대감이 크다. 우리 정부가 미국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블록 모듈(선박의 일부)을 한국에서 생산해 보낸 뒤 미국에서 조립하는 안, 미국 내 조달이 불가능한 기자재를 한국에서 보내는 방안 등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조선기자재 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비 등을 고려할 때 미국 자체 조달보다 국내 조달이 저렴한 기자재들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실질적인 기업의 기회로 돌아가려면 납품 절차 간소화, 현지 엔지니어 지원 등이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BISTEP) 김영부 원장은 “조선과 SMR에 강점이 있는 지역 기업에는 분명 기회가 되겠지만, 군 관련 기술들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선제적인 기술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불확실성 해소 일제히 환영
경영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양국 간 교역과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첨단 분야에서 상호 국익을 증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최대 수출국 미국과 무역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국내 벤처기업의 대미 진출 확대와 경영 실적 향상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