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캄보디아서 충격적 한국인 대상 범죄, 특단 대책 세워라
납치 등 급증… 경찰 인력 '찔끔' 증원 그쳐
발생 후 대응 문제, 코리아 데스크 가동을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돼 고문 끝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런 범죄가 살인까지 이어질 정도로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8월 발생한 20대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사망 사건은 이번 사태의 참혹한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가 너무 많이 맞아서 걷지 못하고 숨을 못 쉬는 정도였다”는 한 생존자의 증언처럼 그 대학생은 극심한 고통 끝에 구조 작전 하루 전 결국 숨을 거뒀다. 사망 원인이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이었다는 현지 검안 기록은 그가 얼마나 잔인하게 유린당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는 그만큼 국가의 보호막이 허술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캄보디아 여행 중 실종된 40대 남성이 현지에서 혼수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피해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늘었으며 올해 8월까지만 해도 330건에 달할 정도로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캄보디아가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국제 범죄의 새로운 온상이 된 셈이다. 요는 단지 현지 치안이 취약해서만이 아니다. 재외공관의 대응 능력은 여전히 신고 접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인력과 예산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더디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세기를 띄워 자국 피의자를 압송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우리는 경찰 인력 단 1명 증원에 그쳤다. ‘코리아 데스크’(한인 범죄 전담 경찰) 설치 등 현지 교민과 여행객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안이 거론되지만 주권과 외교 문제에 막혀 현재까지는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대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당 지역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실질적 경고나 제재를 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총력 대응” 지시조차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야 내려졌다. 사건 발생 후 대응하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제2, 제3의 비극은 피할 수 없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고 충격적인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캄보디아 정부와의 외교 협력을 최우선으로 삼아 국민 보호를 위한 실질적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현지 공관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코리아 데스크를 즉시 가동해 현지 한국인에게 신속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재외국민보호 영사조력법’ 개정안처럼 재외공관 기능을 ‘신고 안내’에서 ‘대응’ 중심으로 전환해 선제적 국민 보호 체제를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정부는 이제 그 즉각적인 실행을 통해 국민에게 국가의 존재를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