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짜고 김 굽는 '바비킴'… 후쿠오카 홀리는 부산 K분식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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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리에, 일 진출 식당 오픈
간판 메뉴 충무김밥 등에 초점
60년 전통 레시피 살린 콘셉트
케데헌 열풍 겹쳐 현지 입소문
오벤또 문화와 접점, 인기 예고

부산의 (주)보리에가 일본 후쿠오카에 문을 연 분식 브랜드 ‘바비킴’. 보리에 제공 부산의 (주)보리에가 일본 후쿠오카에 문을 연 분식 브랜드 ‘바비킴’. 보리에 제공

일본 후쿠오카 주택가의 작은 매장에는 매일 아침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직접 깨를 볶아 참기름을 짜고, 그 참기름으로 김을 굽고 찢어서 나눠주는 퍼포먼스 때문이다. 손님들은 갓 구워낸 김을 맛보고 ‘물개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한국에선 흔하지만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은 분식집은 등장과 동시에 현지 언론과 손님들의 관심을 끌었다.

부산 복합문화공간 더베이101과 밀락더마켓을 운영하는 (주)보리에가 일본에 첫 식당을 열었다. 브랜드 이름은 ‘바비킴(BOBBIE KIM)’. 김밥을 거꾸로 한 이름처럼 한국의 밥과 김을 새롭게 풀어낸 콘셉트다.

‘바비킴’의 간판 메뉴는 충무김밥이다. 김밥에 오징어볶음과 깍두기를 곁들이는 단출한 구성은 일본의 도시락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바비킴은 섞박지 대신 대도식당의 60년 전통 레시피를 살린 깍두기를 내세웠다. 밥과 김이 단순한 만큼 반찬의 맛이 생명이고, 이 차별화가 곧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보리에 박지윤 부사장은 “김밥이 간단해 보이지만 결국 밥·김·참기름의 질이 좌우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참깨를 직접 볶아 기름을 짜고 김을 굽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또 이런 라이브 퍼포먼스가 일본 현지인들에게 통했다”고 말했다.

충무김밥과 라면, 셰이크 김치 등 ‘바비킴’에서 판매하는 메뉴들. 보리에 제공 충무김밥과 라면, 셰이크 김치 등 ‘바비킴’에서 판매하는 메뉴들. 보리에 제공

매장 한쪽에는 한국 드라마 속 ‘한강 라면’을 재현한 코너도 있다. 봉지째 흔들어서 샐러드처럼 먹는 ‘셰이크 김치’도 재밌는 경험이다. 매장 오픈 직후 상영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에 깍두기·김밥·라면이 등장하면서 예상치 못한 ‘문화적 호응’도 얻었다. 젊은 고객들이 “영화에서 본 음식이 여기 다 있다”며 찾아오는 등 입소문을 더했다.

점심에는 학생·직장인들이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고, 저녁에는 젊은 층과 주부들이 참기름·반찬을 사 가며 단골로 자리 잡았다. 주택가 입지 덕에 세대별 손님층이 고르게 형성됐다.

박 부사장은 “간단하면서도 건강한 충무김밥은 일본 도시락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후쿠오카는 청년 인구가 많고 음식 문화가 강해 일본 전역 확산을 위한 최적의 도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픈 직후부터 TNC ‘miel’ 인터뷰 기사와 TVQ 후쿠오카 방송에 소개되며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다음 달에는 일본 대표 여성지 〈anan〉에 트렌드 대상 매장으로 실릴 예정이다.

일본에서 20여 년간 거주하며 학업·직장·육아를 모두 경험한 박 부사장은 “일본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이 한국을 좋아했다”며 “겨울연가로 한류 붐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 K팝을 즐기는 자녀 세대가 함께 한국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비킴’ 매장에서 참기름으로 직접 구워내는 즉석 김. 보리에 제공 바비킴’ 매장에서 참기름으로 직접 구워내는 즉석 김. 보리에 제공

바비킴은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 소규모 직영 매장 방식을 고수한다. 김 굽는 기계까지 한국에서 옮겨와 매장에서 직접 참기름을 짜고 매일 김을 굽는다. 번거롭지만 이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브랜드의 진정성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다.

일본 진출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박 부사장은 “원래 지난해 연말에 문을 열려 했는데 각종 허가 절차에 막혀 무려 7개월이나 늦어졌다”며 “김 굽는 기계를 들여가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기업이라면 쉽게 해결했을 문제도 작은 기업은 하나하나 다 부딪혀야 했다”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오히려 더 파워풀하게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보리에는 앞으로 1~2년 안에 큐슈에 10여 개의 바비킴 점포를 추가할 계획이다. 미국 LA에서 대도식당을 운영 중인 만큼 바비킴의 미국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을 거쳐 다시 한국에 역진출한다는 구상이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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