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해체·SMR 건설’ 주도권 잡기, 부울경 의기투합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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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12개 기관·대학·기업
원자력산업 협력 산학연 협약
두산에너빌리티·HJ중공업 참여
차세대 에너지 시장 대응 발판

23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원자력산업 육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부산시 제공 23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원자력산업 육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부산시 제공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는 차세대 원자력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부산·울산·경남 산학연이 힘을 합쳤다. 고리 1호기 해체 산업과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산시는 23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한국기계연구원, 두산에너빌리티 등 12개 핵심 기관과 ‘원자력산업 육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최근 본격화된 고리 1호기 해체 산업과 SMR 보조기기 제작 지원센터 개원을 앞두고 산업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원전 해체와 차세대 원전 건설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협약에는 국내 유일의 원전 전 주기 제작사이자 미국 뉴스케일파워 등과 SMR 사업을 진행 중인 두산에너빌리티, 지역 대표기업 HJ중공업이 참여했다. 두 기업은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의 ‘고리 1호기 비관리구역 내부·야드(YARD) 설비 해체공사’를 수주한 컨소시엄의 일원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기계연구원 등은 핵심 기술 개발을, 부산대·한국해양대 등은 원자력 융합 전공 신설과 같은 맞춤형 인재 공급을 맡아 산업계와 학계를 잇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협약식에 이은 ‘SMR 산업 활성화 포럼’에서는 이러한 비전의 핵심인 ‘SMR 보조기기 제작 지원센터’ 구축 계획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부산 강서구에 총 295억 원이 투입돼 2026년 말 개원 예정인 이 센터는 펌프, 밸브, 계측제어시스템 등 고부가가치 보조기기 개발을 지원한다.

높은 기술 장벽과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SMR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들에게 기술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성능 검증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에는 100여 개의 관련 기업들이 있으며 SMR 보조기기 제작 지원센터의 활동이 본격화하면 이들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번 협력은 부산의 풍부한 연구 인력과 인재풀을 울산·경남 지역의 원전 실증 기반 및 제조업 인프라와 연계하는 동남권 협업 모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조선업이 부산에 R&D 및 인재 확보를 늘리고 울산·경남을 생산기지로 삼아 호황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원자력 산업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협약은 미래 에너지 시장에 대응할 강력한 산학연 협력체계의 출발점”이라며 “SMR 산업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첨단기업을 유치하는 등 지역 경제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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