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끝내 비토한 민주당… 국민의힘 “국회 관행 깬 폭거”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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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나경원 간사 선임 부결…국민의힘 반발
더불어민주당 “12·3 비상계엄 옹호…간사 부적절”
국민의힘 “국회 질서 무너뜨려…유례없는 폭거”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소속 최혁진 의원의 나경원 의원에 대한 발언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소속 최혁진 의원의 나경원 의원에 대한 발언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 선임안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의 반대로 부결됐다. 국민의힘은 통상 각 당 몫으로 배분해온 간사직을 표결에 부쳐 부결시킨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관행을 깬 폭거”라고 반발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오전 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에 대한 야당 간사 선임안을 상정하고 무기명 투표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나 의원의 간사 선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날 검찰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징역 2년을 구형한 점, 배우자가 현직 법원장이라는 점, 12·3 비상계엄 옹호 논란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간사직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가세했다. 정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경원 있을 곳은 법사위 아닌 법정, 오래 끌었다”며 “이해충돌이니 법사위는 스스로 나가라. 무슨 염치로 법사위에, 퇴장”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회의 초반부터 “간사는 각 당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고, 이를 표결에 부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 파괴”라고 반발했다. 이후 추미애 위원장이 표결을 강행하자 이에 반발하며 퇴장했고,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한때 충돌이 빚어졌다.

추 위원장은 오전 11시 20분께 회의를 정회했다가 약 30분 뒤 속개해, 국민의힘이 불참한 상태에서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당초 감표위원으로 지명한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 불참하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을 새로 지명해 표결 절차를 마쳤다. 투표에는 추 위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박균택·서영교·박지원 등 범여권 인사 10명이 참여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각 당 몫을 존중해온 국회 운영의 기본 질서를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깨뜨렸다”며 “민주당에도 기소 상태인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데 나 의원만 문제 삼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송석준 의원은 “간사 호선을 무시하고 표결로 부결시키는 것은 헌정사 유례없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도 “박균택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 변호하던 분이 버젓이 법사위에 들어와 있고, 박지원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재판받고 있다”며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받은 이 대통령은 어떻게 국정을 수행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들이 발언권을 통제하며 ‘입틀막’하는 것을 넘어 우리 당 상임위 대표 격인 간사마저 좌지우지하며 의회 독재를 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이 아마 일사부재의 원칙을 얘기하며 간사 선임 안건을 더 이상 상정 못 한다고 할 텐데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국회법상 일사부재의 원칙에 해당하는 안건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며, 민주당은 의회 독재를 멈춰 달라”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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