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재 사망 80%, 50인 미만 소규모 업체서 발생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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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망자 96명 중 77명
전국 평균 62%보다 훨씬 높아
5인 미만 업체는 3명 중 1명

열악한 환경·관리 취약 원인
5인 미만 중대재해법 미적용
법 정비·정부 지원 등 논의를

지난 4월 부산 지역 노동단체가 부산 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지난 4월 부산 지역 노동단체가 부산 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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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 10명 중 8명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62%)보다 확연히 높은 수치로, 영세사업장 비중이 높은 부산의 특성상 중대재해처벌법과 근로기준법 적용 사각지대가 커 산재 사고와 사망자가 집중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의 ‘2024년 산업재해 현황’ 등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산재로 숨진 근로자는 96명이었다. 이 중 77명(80%)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도 30명(31%)에 달했다. 부산에서 산재로 숨진 근로자 10명 중 8명은 중소기업에서, 3명 중 1명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셈이다.

부산의 소규모 사업장 산재 사망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전국에서 산재로 숨진 근로자는 2098명이다. 이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숨진 근로자는 1299명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이 526명(25%), 49인 미만 사업장이 773명(37%)으로 집계됐다.

전체 산재 사고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부산의 산재 사고자 수는 7976명이다. 이 가운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자 수는 5726명으로 전체 산재 사고자 수의 72%에 달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2216명으로 28%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013명(25%)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이 1661명(21%)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운수·창고·통신업 819명 △금융 및 보험업 28명 등 순이었다.

지난해 전국 산재 발생 건수는 14만 2771명으로,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사고 재해자는 6만 6523명(47%)이다. 5인 미만 1만 9622명(14%), 5~49인 4만 6901명(33%)이다.

소규모 사업장에 산재가 집중되는 이유로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안전관리 취약성이 꼽힌다. 소규모 사업장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안전조치나 예방 활동도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부산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부산의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체 수의 87%를 차지한다. 전국 평균 86%보다 높다.

노동계에서는 이러한 소규모 사업장 사고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근로기준법 등의 확대 적용을 주장한다.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역시 근로시간, 휴일, 수당 등 핵심 조항 적용이 제외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는 “최소한의 안전보건조치만큼은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영계와 고용주들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을 확대할 경우 안전보건 인력과 시설개선, 교육 등 비용 부담이 커져 경영난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영세업체가 감당하기 힘든 안전 인력·설비 투자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지원 등의 예방 대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한다.

부산연구원 손헌일 책임연구위원은 “영세사업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되, 근로자의 생명·안전을 담보할 최소한의 기준은 보장돼야 한다”며 “감독과 지원을 병행하면서 사업장 특성에 맞는 맞춤형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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