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안문 망루 정상회담의 의미…반미·반서방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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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 부산대 명예교수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시진핑은 지난 9월 3일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천안문 망루정상회담을 꾸몄다. 여기에 그는 북·중·러 정상을 중앙석에 위치시켜 66년 만에 반미 전선을 굳건히 했다. 이로서 김정은은 시진핑, 푸틴과 동등한 지위를 얻은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북한은 반미·반서방전선을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고, 세 지도자 간 중요한 행위자의 지위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서 김정은이 마치 개선장군처럼 귀국했다.

북·중·러는 힘을 역전시켜 새로운 3자동맹의 성격을 띠울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동북아에서 새로운 세력균형을 형성할 전망이다. 시진핑은 반미·반서방 세계에 도전하기 위해 이 같은 힘의 급격한 변화를 필요했다. 이 변화에 김정은과 푸틴을 중심부에 세운 것은 전략적인 배려인 동시에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시진핑은 베이징 망루의 짧은 연설에서 “인류는 다시 평화냐, 전쟁이냐의 선택에 직면했다”는 매우 도전적인 발언을 했다. 또한 “중국인민은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인류문명의 진보의 편에서 평화 발전의 길을 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80년 전의 2차세계대전을 회고하면서 “정의와 악, 빛과 어둠, 진보와 반동의 생사를 가르는 결투에 직면한 중국은 적과 맞서 싸웠다”고 선언했다.

세인들이 그의 이러한 선언을 들을 때 중국이 진보주의 외피를 쓰고 평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느낄지 모른다. 그래서 트럼프가 비개입주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인상을 그들에게 풍길지 모른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은 평화와 안정을 위해 법에 기초한 국제질서 건설·수호할 능력이 본질적으로 없다. 중국은 자유주의와 그 가치들을 체질적으로 지킬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반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천안문 망루의 세 지도자들을 트럼프가 어떻게 비개입주의를 통해 저지하고 대항할지 서방세계는 심히 의심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

이번 망루 정상회담은 정상 간 단순한 우의를 다지는 수준을 크게 넘어 분명히 반미·반서방 연대를 구축한 것으로 보여 새로운 냉전 시대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북한과 러시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열병식에 중국은 세계 전역 사정권을 갖는 DF-61 미사일, 항모킬러 양지-21, 초대형무인잠수정 AJX-002 등 첨단무기를 과시한 것은 바로 새로운 세력균형을 구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안보와 외교는 새로운 기로에 섰다. 트럼프는 한미동맹 관계를 경시하면서 무자비한 관세를 부과하는 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세계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희생을 더 이상하지 않겠다는 비개입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비개입주의로 인해 나토 세력이 약화되는 동시에, 한미동맹도 이완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현대-LG 합작으로 주지아주에서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그들의 전액 투자로서 건설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서투른 비자 발급으로 빚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전문 기술자들을 초청하고도 불법이란 죄목을 씌어 수감을 채운 채 감금하는 유치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72년의 혈맹 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한국은 대미 외교를 강화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동맹 파트너십을 재형성하고, 동북아 지역 평화 역할과 인도·태평양의 평화를 위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또 국제관계가 더 다원화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월 헤이그 정상회담에 불참한 것은 서방외교에 대한 마이너로 작용한다. 따라서 미국과 역할 분담을 스스로 하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명, 즉 스마트파워외교(smart power diplomacy)를 전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이러한 외교 자세로 신냉전이라 불리는 북·중·러의 새로운 전선에 지혜롭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윈스턴 처칠 총리의 국제정치에 대한 ‘현실주의 감각’(sense of realism)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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