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학수의 문화풍경]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자기 수용의 정신적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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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철학 아카데미 숲길 대표

2025년 6월 2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 애니메이션 뮤지컬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악귀 퇴치 액션을 넘어, 한 개인의 영적 성장을 탐색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케이팝 트리오 헌트릭스는 팝스타와 악귀 사냥꾼으로 이중생활을 하며, 음악으로 정신적 방패인 혼문을 형성하여 악귀들로부터 인류를 지킨다. 그러나 서사의 깊은 층위에서는 개인이 자기 수용 여정을 통해 선악의 갈등을 화해시키는 정신적 성장을 탐구한다. 이 글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개인의 영적 성장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살펴보며, 선과 악의 화해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

영화의 표면적 서사는 선악의 뚜렷한 대립을 보여준다. 헌트릭스(루미, 미라, 조이)는 용기와 희망의 노래로 혼문을 강화하며 귀마가 이끄는 악귀 무리와 싸운다. 대표곡 ‘골든’(Golden)은 영화의 선악 이원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핵심적인 곡이다. 이 노래는 헌트릭스가 악귀의 보이 밴드 사자 보이즈에 맞서는 순간에 등장하여, 영원히 깨질 수 없는 혼문을 건설하겠다는 다짐을 표출한다. 선악의 이분법적 설정은 선과 악은 명확하게 구분되며, 선이 악을 이겨야 한다는 전통적 투쟁 서사와 일치한다.

인간 내면 이중성 탐구 영적 성장 묘사

악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용기

경쟁 일변도 삶에 진정성 의미 일깨워

그러나 이러한 겉 이야기에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영화 속 악귀들은 기독교의 지옥 불 속에 사는 악마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한국 민속의 도깨비나 귀신을 닮았다. 이들은 인간 내면의 두려움, 수치심, 자기 회의를 상징한다. 즉 헌트릭스가 싸우는 대상은 외부의 악마가 아니라,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내면의 악마들인 셈이다.

이러한 내면의 갈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루미이다. 인간 어머니와 악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루미는 자신의 악마적 흔적을 숨기며 살아간다. 이 비밀이 드러나면 동료들과 팬들에게 외면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부정과 수치심은 그녀를 깊은 영적 불안, 즉 동요(desolation)의 상태에 빠뜨린다. 예수회 창시자인 이냐시오가 언급한 것처럼, 이는 혼란과 고립으로 점철된 영혼의 상태이다. 루미의 투쟁은 외부의 악귀와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악마 같은’ 일부 때문에 사랑받을 수 없다고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와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루미의 영적 성장은 월드 아이돌 어워즈를 앞두고 찾아온다. 그녀는 라이벌 그룹 사자 보이즈의 악귀적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만든 노래 ‘테이크다운’(Takedown)을 연습하면서 이 노래를 불러도 좋을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점점 더 루미는 선의 세계와 악의 세계 사이에 장벽을 쌓아서 악을 추방하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에 의문을 품고 그 노래를 부르는데 주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사자 보이즈의 리더 진우가 가족을 배신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그의 인간적 영혼이 악귀로 전락한 것을 목격하면서 루미는 선악이 그렇게 별개의 존재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 의심의 순간은 이냐시오가 묘사한 것처럼 루미가 동요에서 평온(consolation)으로 변화하는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그녀는 악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통해 비로소 내면의 평온에 다가선다.

이러한 루미의 여정은 사자 보이즈 콘서트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녀는 ‘왓 잇 사운즈 라이크’(What It Sounds Like)라는 노래에서 상처도 자신의 일부임을 용감하게 인정하며 새로운 혼문을 구축한다. “거짓말 없는 내 목소리, 바로 이런 소리야.” 기존의 혼문이 선악을 가르는 장벽이었다면, 새로운 혼문은 거짓 없이 이중적 본성을 수용하는 용기와 격려이다. 루미의 변화는 어두운 면을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온전한 자아로 통합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는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를 통합하는 과정과도 같다. 우리가 부정하거나 억압해 왔던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인식하고, 그것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그림자 작업’은 ‘골든’에도 표현되어 있다. 루미는 공포나 기대 때문에 자신의 그림자를 은폐하지 않겠다고 힘차게 외친다. “난 숨기지 않겠어. 이제 빛날 거야. 그렇게 태어난 것처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이 배경이지만, 그 핵심 주제인 자기 수용은 전 세계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 한국계 미국인이 루미의 악귀적 흔적을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숨겨야 했던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한 것처럼,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갈등을 건드리고 있다. 완벽함보다 진정성을 강조하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치열한 경쟁과 성공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구원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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