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했지만…세부협상서 '비관세 압박' 예고
농산물·디지털 ‘비관세 장벽’
다른 경로로 해소 요구 가능성
온플법·구글지도도 휘발성 이슈
방위비 인상·환율 거론할수도
한국 정부가 총 4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구매 패키지를 앞세워 지난달 31일 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양국이 합의서를 발표하지 않은데다 세부협상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합의가 일단 기본 틀을 잡는 ‘프레임워크’ 마련의 성격이 강한 만큼 한미 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향후 세부 내용을 채워 나가는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농축산물부터 디지털에 이르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 한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면서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정부와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관세협상을 타결한 한미 양국은 그간 쟁점이던 농산물·디지털 등 분야의 '비관세 장벽' 이슈는 일단 모호한 영역으로 남겨두고 투자·구매와 관세 인하를 맞바꾸는 개괄적 수준의 합의를 이루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미국 측이 조만간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이번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이나 여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비관세 장벽' 문제 해소를 요구해올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특히 “쌀과 소고기 등 '레드라인'을 지켜냈다”고 강조한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대변인 등이 나서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국이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농업 시장 추가 개방을 포함한 핵심 비관세 이슈와 관련해 미국 측의 압력이 계속해서 가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요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가운데 한미 협상 비관세 분야 최대 쟁점이 됐던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이나,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여부 등 미국 측의 추가 행동을 자극할 수 있는 휘발성 있는 이슈들도 산적해 있는 상태다.
또 향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환율 이슈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초 국내외에선 한미 무역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환율 문제도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이번 합의 과정에서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일(현지시간)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에서 “트럼프는 (이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투자,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며 “두 정상은 또 무역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연계된 다른 문제들, 예를 들어 한국이 매년 약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규모로 내는 방위비 분담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새 분담금 협정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빅터 차 석좌는 또 개방에 대한 양측의 설명이 다르고,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 등이 불명확하다고도 지적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