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고기 시장 개방, 미국도 손해?
농축산물 시장도 협상 테이블
미국 실익 없다는 점 설득해야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우리 측에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협상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농축산물은 양국 무역 규모가 별로 크지 않지만, 이미 미국은 일본·호주와 관세 협상을 하면서 농산물 개방도 포함시켰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28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농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능한 한 국민 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 폭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 협상과 관련해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 측 압박이 매우 거센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25일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이번엔 좀더 구체적으로 미국이 농축산물 개방을 요구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시장개방에 어떤 농산물이 포함됐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쌀과 소고기다. 일본은 쌀을 미국에 추가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은 쌀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자체는 늘리지는 않고 TRQ 물량 대부분을 미국산 쌀로 수입키로 했다.
한국도 5%의 관세로 수입하는 TRQ 물량이 있다. 그런데 이 물량은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배분하기로 이미 결정돼 있다. 미국산 쌀 물량을 늘리고 다른 나라 물량을 줄이려면 세계무역기구(WTO) 동의를 받아야 한다.
소고기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수입 금지 품목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자국 소고기를 한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현재 국민들 사이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놓고 ‘광우병’을 우려하는 감정은 거의 없다. 이런 가운데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이 허용되면 오히려 국민적 감정이 나빠져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래저래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은 명분이나, 현실적인 문제에서나 양국에 서로 이익이 될 부분은 없다. 이런 점을 미국에 잘 설득시켜야 하는 것이 우리 협상팀의 과제다. 만약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로 개방할 경우, 정부는 국내 농축산업계의 반발도 해소해야 한다.
28일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농민단체는 서울 용산 삼각지역 인근에서 결의 대회를 열고, 미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를 우리 통상 당국이 수용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