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의정 정보 '깜깜'… 알권리 막는 부산 기초의회
행안부 이달부터 활동 공개 시행
징계·겸직 현황 등 지침 항목
16곳 중 영도구만 모두 게재
대부분 업데이트 없이 공개 미적
"기초의회가 조례 제정 나서야"
이달부터 유권자 알권리를 보장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공개하기로 한 기초의회 의원 겸직·징계 현황 등이 기초의회의 비공개로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바뀐 지침에 따라 부산에서 의정활동 정보를 20개 이상 게재한 곳은 영도구가 유일했는데,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알권리가 침해받는 만큼 의회의 자발적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7일 부산 16개 구·군 의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산 16개 기초의회 중 의원 징계, 겸직, 정책지원관 운영 현황을 모두 공개한 곳은 영도구의회뿐이다. 영도구의회는 지난 3월부터 이 항목들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행정안전부는 기초의회 의정활동 정보공개 항목을 8개에서 27개로 늘렸다. 기존 ‘회의 일수’, ‘회의 참석률’, ‘업무추진비’ 등 기본적인 정보에 더해 ‘의원 겸직·징계 현황’, ‘교섭단체·정책지원관 운영 현황’ 등 기초의회의 세밀한 분야까지 알 수 있는 19개 항목을 추가했다.
하지만 영도구의회를 제외한 부산의 15개 구·군 의회는 징계, 정책 연구, 정책지원관 운영 현황과 같은 추가 공개 정보를 업데이트 하지 않고 있다. 의원 겸직 현황은 지난 5월 기준으로 게재한 부산진구의회와 영도구의회를 뺀 나머지 14개 구·군 기초의회의 정보는 공개돼 있지 않다.
올해 기준으로 징계 현황을 게시한 곳도 동래·영도구의회뿐이었다. 특히 북구의회는 2023년 12월 음주 운전을 한 구의원에게 출석 정지 30일 징계를 내렸으나 징계 현황 항목에는 아무런 게시 글이 없는 상태다.
의회 안팎에서는 의회 사무국이 겸직 등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의원들의 눈치를 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초의회 의원들의 겸직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제 살 깎기’ 정보공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지침이 강제가 아닌 점도 이 같은 결정을 부추긴다. 의정활동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시행령이나 법률 등으로 명시되지 않아 별도 벌칙 규정도 없다.
A구의회 의원은 “‘겸직하는 의원은 일을 제대로 안 한다’는 인식 때문에 겸직 정보공개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다른 의원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초의회들은 행정안전부의 불명확한 지침을 ‘핑계’로 대고 있다. B구의회 관계자는 “교섭단체 등 우리 의회에서 운영하지 않는 항목도 공개해야 하는지 혼란이 있다”며 “징계 내역, 과정, 횟수 등 구체적 정보를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지침도 명확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부터 해당 정책 취지와 함께 확대되는 정보 항목을 각 의회에 미리 알렸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초의회 의정활동 정보공개가 시행된 지난 1일부터 전국 기초의회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하면서 독촉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초의회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 유권자 알권리와 정책 참여가 제한되므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행정학과 김용철 교수는 “기초의회의 비협조가 지속되면 ‘주민 없는 지역 정책 결정’이 계속 이루어질 것”이라며 “기초의회가 스스로 나서 정보공개 조례를 만드는 등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