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창고 방치된 국내 최초 기상 관측 시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중구 옛 부산임시측후소 청사
2015년 해체 직후 창고 전전
복원 사업 표류, 훼손 우려 제기

해체되기 전 중구 보수동에 자리했던 옛 부산임시측후소 모습. 부산일보DB 해체되기 전 중구 보수동에 자리했던 옛 부산임시측후소 모습. 부산일보DB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상 관측 시설이 10년째 갈 곳을 못 찾고 보존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창고에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복원 사업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인데, 역사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부산시와 부산 중구청 등에 따르면 부산시 문화유산자료로 등재된 ‘옛 부산임시측후소 청사’(이하 부산측후소)가 해체된 채 2019년 12월부터 금정구 회동동 오륜배수지 창고에 보관 중이다.

부산측후소는 1905년 4월 부산 중구 보수동에 세워진 2층 규모 목재 건축물로 국내 최초의 근대적 기상 관측소다. 당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던 일본이 일대의 기상 관측 정보를 군사 작전에 활용하기 위해 건립했으며, 일제강점기 국내 기상 관측 실상을 파악하는 데 귀중한 문화재로 꼽힌다.

부산측후소는 10년 전인 2015년 9월 이전을 위해 해체된 채 경남 김해시의 한 건설사 창고에 처음 보관됐다. 부산시와 중구청은 보수동 일대가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부산측후소를 중구 대청동 부산기상관측소 인근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과거와 현재의 기상 관측소를 한곳에 모아 문화재적 가치를 더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전 복원 사업은 현재까지 무기한 표류하고 있다. 부지 매입은 소유권 이전 등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사업 시작 6년 만인 2021년 8월에야 끝났다. 2022년 12월에는 이전 예정지였던 부산기상관측소 일대가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피란수도 부산’ 유산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복원 공사로 일대 원형이 훼손되면 세계유산 등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당시 문화재청에서 현상 유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업이 표류하는 사이 부산측후소는 2019년 7월 부산 강서구 명지배수지의 한 창고를 거쳐, 그해 12월 현재 금정구 오륜배수지의 한 창고로 옮겨졌다.

시는 목재로 이뤄진 시설인 만큼 매년 예산을 편성해 해충, 습도 관리를 하고 있지만 설비를 갖춘 정식 수장 시설이 아닌 탓에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리고 습한 여름철은 목재로 이뤄진 부산측후소가 손상될 우려가 높다.

부산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문화재 손상을 막기 위해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수장 시설 마련을 위한 예산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와 중구청은 복원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중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단순 이전이 아니라 문화재로서의 의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 부지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며 “부산시와 협의해 이전 사업을 조속히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