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시마노프스카, 쇼팽 이전의 녹턴
음악평론가
7월 25일은 폴란드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시마노프스카(Maria Szymanowska, 1789~1831)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그녀는 마치 클라라 슈만이 그랬던 것처럼 탁월한 여성 작곡가이며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였다. 쇼팽보다 앞서 녹턴과 폴로네이즈를 작곡한 사람이고, 가장 먼저 암보로 연주한 피아니스트였다. 괴테가 그녀의 연주를 듣고선 당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던 훔멜보다도 뛰어나다고 극찬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바르샤바에서 양조업자의 딸로 태어난 시마노프스카는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유제프 엘스네르, 프란치세크 레셀, 카롤 쿠르핀스키 등 최고의 폴란드 음악가에게서 개인적으로 음악을 배웠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학생이었지만 바르샤바음악원에는 입학할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남학생에게만 입학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리아는 1810년에 파리로 가서 독주회를 가졌다. 이 독주회에서 그녀의 연주를 들은 작곡가 케루비니는 존경의 표시로 판타지 C장조를 헌정했다.
그러나 당시의 여성에게 최고의 미덕으로 강요되는 것은 결혼이었다. 그 완고한 벽을 뛰어넘을 수 없어서 폴란드로 돌아온 마리아는 부유한 지주와 결혼했다. 세 아이를 낳아 길렀지만, 남편은 그녀가 공개 석상에서 연주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결국 어떤 보상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이혼하고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며 연주 생활을 이어나갔다.
여성, 이혼녀, 어머니라는 모든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연주회에서 악보를 보지 않고 외워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암보로 연주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그녀의 연주회는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시마노프스카의 뒤를 이어 클라라 슈만이나 리스트도 암보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쇼팽, 리스트, 슈만 같은 동시대의 음악가들이 모두 그녀에게 찬사를 보냈다. 작곡가 훔멜도 시마노프스카에게 자신의 곡을 헌정했고,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1세는 공주를 가르치는 궁정음악가로 초빙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인도에서 시작하여 유럽까지 번진 콜레라가 그녀를 덮쳤고, 시마노프스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42세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약 100곡의 피아노 음악을 남겨 놓았는데, 그중에는 연습곡, 전주곡, 로망스, 마주르카, 폴로네이즈, 녹턴 등 서정적인 살롱풍의 음악이 많다. 흔히 쇼팽의 전유물처럼 생각되는 영역을 한 시절 전에 개척해나간 여인, 시마노프스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