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욱의 글로벌 산책] 관광 '갈라파고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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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팬데믹 이전 회복한 외국인 관광
일본은 한국 2배 이상 급증 추세
외국인 배려한 시스템 등 차별화
한국은 국내용 시스템 고집 여전

각급 학교가 이제 방학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국내외 관광객들로 주요 공항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굴뚝없는 공장’이라 불리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세계 각국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전 세계는 관광의 황금기를 누렸다. 2019년 국제 관광객 수는 사상 최초로 14억 명을 돌파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2020년 초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격히 멈춰섰다. 국경이 닫히고 항공편이 중단되면서 관광산업은 세계 경제 전반에서 가장 먼저, 가장 깊은 충격을 받은 분야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세계 관광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며, 2024년 한 해 동안 국제 관광객 수는 약 14억 6000만 명으로 집계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750만 명으로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에 급감하였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2024년에는 1637만 명으로 2019년의 94% 수준까지 회복하였다.

이웃 국가인 일본의 사례를 보면, 2019년 일본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 수는 3188만 명이었고,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했다가, 2024년에 3686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엔저 현상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 규모는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 숫자가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 숫자를 상회하였다. 2010년과 2014년에 한국은 각기 879만 명과 1421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고, 일본은 같은 기간 861만 명과 1341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였다.

한일 간 외국인 관광객 역전이 벌어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관광 및 요식업 등에 적용된 IT 시스템 구축에서 한국과 일본은 고객층을 겨냥하는 전략이 달랐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기업은 비용이 덜 들면서 수익을 쉽게 낼 수 있는 내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식당 웨이팅 및 예약 어플리케이션인 ‘캐치테이블’과 ‘테이블링’을 꼽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한국 전화번호가 없이 데이터로밍만 활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이용이 불가능했다가, 지난해에야 개선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에 일본의 식당 줄서기 시스템인 ‘에어웨이트’ 같은 경우, 이용 고객이 앱을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종이 번호표에 QR코드를 인쇄하여 발행하고 고객은 QR코드 인식을 통해서 자신의 SNS에 줄서기 순번을 연동시킬 수 있어서 일본 전화번호 없이도 이름난 식당의 줄서기가 가능하다.

한국 시스템의 갈라파고스화로 꼽히는 또 다른 시스템은 국내에서 대중교통 말고는 길 찾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구글 지도(Google Map)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구글 지도는 찾고자 하는 지점의 위치, 그 지점까지 이동하기 위한 다양한 이동 수단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구글 지도가 국내에서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한국 정부 탓만 할 수는 없다. 한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구글 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 기업이 상세한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저장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2007년, 2016년에도 구글은 한국의 상세지도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 센터로 반출하려 했으나 한국이 직면한 안보상의 이유로 거부당하고 애플 역시 2023년도 유사한 요청이 거절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구글 지도는 한국에서 대중교통 정보는 제공하지만, 도보 및 자동차 내비게이션 기능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한국에서 제대로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면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지도 사용자가 대부분 한국인인 상황에서 이들 기업이 외국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할 요인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한국은 이웃 국가인 일본 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게도 관광객 수가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 2010년 외국인 관광객이 505만 명으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이던 베트남이 2024년 176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여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를 앞지른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 문제를 더욱 치밀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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