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끼어들기 AI 단속 시스템, 늑장 행정에 3년째 무용지물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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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기술, 규격서 개정 필요
경찰청 심의 지연, 도입 하세월
불법 급증… 지난해 2만 건 넘어

부산 광안대교 상판의 ‘끼어들기 AI 단속 카메라’에 찍힌 끼어들기 위반 차량. 그러나 실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설공단 제공 부산 광안대교 상판의 ‘끼어들기 AI 단속 카메라’에 찍힌 끼어들기 위반 차량. 그러나 실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설공단 제공

부산시가 2023년 광안대교 교통의 고질적 문제점인 끼어들기 방지를 위해 2억 원을 들여 제작한 AI 단속 카메라가 3년째 실제 단속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시는 2023년부터 단속을 시작하려 했지만 경찰청 심의가 진행되지 않아 시스템 도입이 3년째 미뤄지고 있다. 시스템 도입이 미뤄지는 사이 상습정체구간으로 악명 높은 광안대교에는 연간 1만 건 이상의 ‘얌체 끼어들기’가 이어진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2023년 3월 광안대교 상판에 2억여 원을 들여 ‘끼어들기 AI 자동 단속 카메라’를 설치했으나, 현재까지 실제 단속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 장비는 딥러닝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도로 정체 상황을 인식하고, 차로를 바꾸는 차량을 포착해 단속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불법 끼어들기를 자동으로 단속해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끼어들기 근절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장비를 설치해 놓고도 이를 제도화하지 못해, 현재는 실제 단속 없이 테스트 운행만 하며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의 계획이 발목이 잡힌 이유는 해당 시스템이 2년 넘게 경찰청 심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로 마련된 기술인 만큼,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경찰청의 ‘무인단속장비경찰규격서’를 개정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 1회 연말께 열리는 관련 심의를 거쳐 기술의 성능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해마다 무산됐다.

시는 지난해 5월 경찰청에 심의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AI 프로그램의 부족한 성능과 경찰청 일정 지연이 겹쳐 올해 초 열린 심의를 받지 못했다. 경찰청 도로운영과 관계자는 “부산시의 끼어들기 AI 단속 시스템의 오류율이 높다”며 “과속 등 기존 통상적인 단속과 다른 방식의 기술이 적용된 점을 감안해 심의를 통해 오류율이 적정한지 검토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다른 단속 장비를 개발하느라 해당 기술 심의가 늦어진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2023년에도 경찰청 심의를 받지 못했다. 시의 서류 준비가 늦어져 심의 신청 자체가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결국 빨라도 올 연말 심의를 거치기 전까지는 시스템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단속이 지연되는 사이, 광안대교는 출근 시간마다 끼어들기가 속출한다. 특히 해운대구에서 남구 용호동·부산항대교로 향하는 1·2차로와 남구 대연동·중앙로로 이어지는 3·4차로가 갈라지는 이기대 분기점 인근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현재 이기대 분기점은 캠코더로 녹화된 영상을 경찰이 비정기적으로 확인하며 불법 끼어들기 차량을 적발하는 식으로 단속한다. 부산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이곳에서 적발된 불법 끼어들기 건수는 2023년 1만 3587건, 지난해 2만 3368건이다. 올해도 지난 6일까지 8135건이 단속됐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교통시설물 규격은 경찰 고유 업무라 부산시가 독촉하거나, 특별 심의 개최를 요청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규격서 개정만 완료되면 빠른 시일 내에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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