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자증도 임신 성공? 해답은 ‘비배우자 정자은행’
[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 세화병원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난임 부부가 임신에 성공하려면 비배우자 정자은행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14일 세화병원에 따르면 비배우자 정자은행을 통한 임신 시도가 국내에서도 점점 늘고 있다. 세화병원 난임의학연구소 집계 결과 2024년 기준 국내 비배우자 인공수정 및 시험관 시술 건수는 전년 대비 약 25% 이상 증가했으며, 정자은행을 활용한 임신 성공률도 50~60% 수준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비배우자 인공수정 및 시험관 시술 건수는 5년 전보다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대한생식의학회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은 자연 임신이 되지 않아 최근 병원을 찾은 결혼 5년 차 부부 사례를 언급했다. 세화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남편은 고환조직채취술(TESE)을 받았지만 정자 확보에 끝내 실패했다. 이 병원장은 “이들 부부는 고심 끝에 병원에서 운영 중인 비배우자 정자은행을 통해 원하는 혈액형의 기증 정자를 선택했고, 첫 시험관 시술에서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무정자증은 사정액 내 정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로, 남성 난임의 10~15%를 차지한다. 무정자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고환에서 정자를 생성하지 못하는 ‘비폐쇄성 무정자증’과 정자는 생성되지만 사정관이나 정관의 폐쇄로 인해 배출되지 못하는 ‘폐쇄성 무정자증’이 있다. 폐쇄성 무정자증은 수술이나 TESE를 통해 정자 확보가 가능한 경우가 많은 데 반해 비폐쇄성 무정자증은 정자 생성 자체가 어려워 치료가 더 복잡하다. 이 병원장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액검사 외에도 호르몬 검사, 유전자 검사, 고환 초음파는 물론 필요 시 고환 조직검사 등 정밀 검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검사를 통해 정자 확보 가능성을 판단한 뒤, 필요 시 국소마취 하에 고환 조직 일부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정자를 직접 찾아내는 TESE 시술이 진행된다. TESE는 폐쇄성 무정자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TESE 시술 후에도 정자 확보가 어려운 경우 비배우자 정자은행을 통한 임신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세화병원은 자체 정자은행을 운영하며, 기증 정자의 유전자 질환 검사, 감염병 검사, 혈액형·외모 특성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부부가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문 상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병원장은 무정자증이라고 하더라도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병원장은 “정자은행은 많은 난임 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며 “세화병원은 다양한 상황에 처한 난임 부부들이 삶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