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尹 메시지에 국민의힘 "얼씬마라"
尹 "김문수에 힘 모아달라"
또 입장 표명에 국민의힘 난색
김용태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 마라" 일갈
"김문수 당선은 尹 귀환" 민주·개혁신당 비판
6·3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독 메시지를 통해 또다시 입장을 내자 국민의힘 내에서도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는 윤 전 대통령 메시지에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말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도 윤 전 대통령의 잇따른 메시지가 선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국민의힘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일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이 대독한 호소문에서 “이 나라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오는 6월 3일 반드시 투표장에 가서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기를 호소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김 후보에게 투표하면 김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 나라의 자유와 미래를 지킬 수 있다”며 “지금 기회를 놓치면 너무 많은 시간과 희생을 치러야 하고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정상 국가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용기를 내고 힘을 합치면 우리의 자유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며 “지금 김문수에게 우리의 힘을 모으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국민의힘 탈당 당시에도 SNS를 통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윤 전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대선이 코앞인데,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 메시지를 강조하며 ‘내란 심판’을 전면에 내세우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지만, 사실상 출당”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을 마친 상태다.
김 후보는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다만 김 후보는 1일 경기 수원 유세에서 “계엄으로 소상공인을 비롯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여기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다시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앞으로는 경제를 살리고 더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사죄하며 큰절을 올리는 것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선대위 이충형 대변인은 “저도 (김문수) 후보도 특정 집회가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한다”며 “윤 전 대통령은 당을 떠나셨고, 현재로서는 자연인으로서 당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아는 내용이 없고 언급할 내용도 없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로 민주당과 개혁신당은 공세 빌미를 득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해 “김 후보의 본질이 윤석열·전광훈의 아바타라는 것을 국민께서 꿰뚫어 봐달라”며 “김 후보의 당선은 곧 상왕 윤석열의 귀환”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페이스북에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 의사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윤석열=김문수=국민의힘’”이라고 적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