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로 점철된 대선 TV토론회 제도 개선 필요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언어폭력 방불케 한 세 차례 토론회
무용론 대두 전 시스템 전환 시급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중앙선관위 주관 대선 TV토론회가 3차 토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조기대선은 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치러짐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 자질을 검증할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세 번에 걸쳐 진행된 TV토론회는 짧은 시간 내에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경제, 사회, 정치·안보 등 세 분야에 걸쳐 진행된 TV토론회는 기대와는 달리 분야와 상관없는 네거티브 공세의 향연으로 변질됐다. TV토론회가 유권자의 선택을 도와주기는커녕 되레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27일 열린 3차 토론은 마지막 TV토론회라는 점 때문인지 현행 TV토론회의 한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정치·안보 분야 관련 토론회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후보들은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비상계엄 때 집에서 시간을 끌었다거나 재판 받는 도중 주변인이 너무 많이 사망했다거나 하는 말꼬리잡기식 비난은 끝내 성폭력 표현을 노골적으로 옮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설사 토론에 등장한 그 모든 비난과 표현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안보 관련 정책 토론을 기대한 많은 유권자들에게는 본질을 벗어난 언어 폭력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기가 힘들다.

세 번에 걸친 TV토론회가 거의 대부분 이런 식으로 흘러가자 유권자들은 “낯뜨거운 장면이 나올까봐 가족과 못 볼 지경”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는 TV토론회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점점 외면을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1차 토론 당시 지상파 3사 시청률은 14.9%였고 2차 토론과 3차 토론도 각각 12.6%, 14.2%에 머물렀다. 평균 시청률은 13.9%다. 지난 2022년 대선 TV토론회 평균 시청률이 26.1%였던 데 비하면 역대 TV토론회 최저 시청률이라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조기대선이라는 특성상 후보들의 자질 검증을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TV토론회가 이처럼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자 토론회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형편이다.

네거티브의 향연장이 된 이번 조기대선 TV토론회 이후 각계에서는 TV토론회 방식이나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룬다. 기계적으로 3회 모두 똑같은 시간만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토론 방식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우선 제기된다. 중립성을 강화한다고 후보자 상호 토론만 방치할 경우 무한 언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회자의 권한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와 개선책도 네거티브를 모두 막을 순 없다. 네거티브가 횡행하는 것은 단기 승부인 선거에서 그만큼 효과를 거둬왔기 때문이다. 그 고리를 끊는 것은 결국 현명한 유권자의 몫이 될 테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