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씨는 어떻게 ‘젊은 노인’이 됐을까?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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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0세인 이성용 씨. 올해 90세인 이성용 씨.

이성용 씨를 만난 뒤 부산 연제구 연산동 노인생활과학연구소(소장 한동희)를 찾았다. 1997년에 개소한 노인생활과학연구소는 노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 프로그램 개발, 교육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노인생활과학연구소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노인 정보화 교육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이버 가족〉, 〈실버시대 게임문화 인식개선 공동협력사업〉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동희 소장은 노인 정보화 교육사업 수강생으로 찾아온 60대 초반의 이 씨를 만났으니 알고 지낸 지 30년 가까이 됐다. 퇴직 직후부터 지금까지 누구보다 오래 지켜봐서 잘 알기에 궁금했던 점을 물어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쉽지 않고 배워도 잊어버리기 쉽다. 이 씨는 어떻게 이 같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처럼 ‘젊은 노인’이 되었을까.

한 소장은 “이 씨는 처음에는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 그다음에 영상 편집을 배우는 식으로 멈추지 않고 단계별로 하나하나 실천했다. 그때마다 배움에 감사했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남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이 씨는 시니어 기자가 되어서 활동했기에 배운 것을 활용할 환경이 있었던 것이다. 노인들이 IT를 배워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활용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쓰지 않으면 아무리 배워도 말짱 도루묵이다. 이 씨는 지금도 한 소장을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때마다 한 소장은 “저한테 고마운 게 아니고 선생님이 다 하신 거예요”라고 말한다.

이 씨는 활기찬 노년을 의미하는 ‘액티브 에이징(Active Ageing)’의 모범 사례다. 액티브 에이징을 위해서는 건강, 사회 참여, 안전(경제적 안정,신체적·사회적 안전) 세 가지 축이 필요하다. 한 소장은 한국에서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2000년대 초부터 액티브 에이징을 주창해 왔다. 그는 건강, 사회 참여, 안전 세 가지 축에 교육을 추가했다. 은퇴하고 나이가 들어도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용 씨는 액티브 에이징의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었다. 한 소장은 “부산을 비롯한 한국 사회는 이제 ‘50플러스’를 시작했지만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은 ‘90플러스’를 이야기하고 있다. 노인이라고 하려면 80이나 90은 되어야 한다는 게 지금 유럽의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마침 우리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현행 65세인 노인 연령을 70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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