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에코델타 1호 학교, 개교 서두르다 ‘절차 부실’
가락중 공사 하도급 대금 갈등
필수 서류 미비 불구 사용승인
시교육청, 누락 알았지만 준공
“개교 일정 맞추려 불가피한 조치”
부산시교육청이 올해 3월 에코델타시티 ‘1호 학교’로 문을 연 가락중학교의 개교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필수 서류가 빠진 것을 알고도 준공 처리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공사를 맡은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간의 대금 갈등이 법적 하자로 이어진 건데, 학생 안전 확보보다 일정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월 25일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신설된 가락중학교 건물을 사용승인했다. 이 학교는 지난 3월 정식 개교해 현재 5학급, 65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다. 가락중은 여울유치원, 대저중앙초등학교와 함께 에코델타시티에 가장 먼저 들어선 학교다. 1953년 부산 강서구 가락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가 학생 수 감소로 2022년 폐교됐지만, 이번 재개교를 통해 명맥을 잇게 됐다.
문제는 시교육청이 준공 필수 서류가 누락된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사용승인을 내렸다는 점이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감리업체는 시행사에 건축물 사용승인을 신청할 때 감리완료보고서와 공사완료도서를 제출한다. 여기에는 납품확인서와 품질관리서 등도 첨부해야 한다. 자재가 적법하게 제작·유통·시공됐는지, 시설의 안전성이 확보됐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감리업체는 납품확인서와 품질관리서를 갖추지 못한 채 시교육청에 사용승인을 신청했고, 시교육청은 감리업체에 이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면서도 그대로 준공 처리했다.
준공 필수 서류가 누락된 배경에는 가락중 공사를 맡은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간의 대금 지급 갈등이 있다. 시교육청은 2023년 9월 부산 소재 A 업체를 가락중 시공사로 선정했고 이듬달 착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A사로부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하도급업체들이 등장했고, 이중 일부는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납품확인서와 품질관리서 제출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가락중이 준공 처리되자 이들 업체는 시교육청을 상대로 공식적인 문제 제기에 나섰다. 경남 소재의 단열재 납품업체 대표 B 씨는 지난 7일 시교육청 감사관실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간 가락중 공사에 단열재를 납품했지만 약 4280만 원의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B 씨는 “우리는 A사의 하도급업체와 계약했는데, 두 곳이 서로 대금 납부 책임을 떠넘기며 반년 넘게 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돈을 받지 못해 납품확인서와 품질관리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시교육청은 학교 건물을 사용승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흠결은 물론,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시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빠듯한 개교 일정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가락중은 신도시인 에코델타시티에 처음 들어서는 학교인 데다, 입학생들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사용승인을 늦출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도면과 다르거나 시공이 누락되는 등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사용승인을 내릴 수 없지만, 단순히 서류가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준공을 미루면 입학생들이 제때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감리업체에 누락된 납품확인서와 품질관리서를 보완하도록 요청했고, 모든 서류가 갖춰져야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며 “향후 필요한 서류 보완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