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자체, 너도나도 ‘파크골프장 조성’ 열풍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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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구·군 중 10곳 신규 추진
공원 녹지 등 부지 짜내 안간힘
부산 회원만 5년 만에 3배 껑충
과열 경쟁에 예산 낭비 우려도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에서 시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에서 시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기초지자체들이 앞다퉈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서면서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 여가 수요에 발맞춘 움직임이지만, 일각에선 속도전에만 치우진 일부 지자체들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부산시와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현재 부산 지역 10곳의 지자체가 신규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선 상태다.

남구는 용호동 부산환경공단 남부환경공원 일원에 최대 9~1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2곳을 조성 중이라고 밝혔다. 강서구 역시 대저생태공원과 가락생태공원에 각각 18홀,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 중이다.

부산진구와 사하구, 기장군, 중구 등도 유휴 부지를 확보하고 설계 용역 착수하는 등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섰다. 특히 부산진구와 동구처럼 도심지 내 가용 부지가 부족한 지역은 공원 녹지나 유휴 국공유지 등 알짜땅을 짜내는 방식으로 부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장군은 정관, 철마, 일광 등 세 권역에 후보지를 설정하고 파크골프장을 조성 중이다. 해운대구는 다음 달 해운대수목원 내 파크골프장 개장을 앞두고 있다.

지자체의 경쟁이 뜨거워진 배경에는 파크골프 애호가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 약 2600명이던 지역 협회 회원 수는 올해 5월 기준 약 7900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까지 포함하면 지역 내 파크골프 인구는 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 전체로 보면 현재 운영 중인 파크골프장은 총 17곳 342홀 규모다. 시는 이를 장기적으로 54곳 689홀 규모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고령화에 대응해 노년층의 여가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공공 체육시설로 파크골프장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부산의 파크골프장이 하루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약 5000명 수준에 그친다. 이는 대구의 절반, 경남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주말에는 경기장 입구에 줄을 서는 풍경이 익숙할 정도로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늘어나는 수요에 시의 정책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각 기초지자체는 서둘러 유휴 부지를 확보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등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성·관리에 드는 예산이 비교적 적다는 점도 각 지자체가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자체들 간의 과열 경쟁과 지나친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입지 적정성이나 접근성, 예산 대비 효용성 등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부지만 확보하고 보는 식의 조성이 이어진다면 결국 예산 낭비와 민원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지자체 간 경쟁보다는 장기적인 수요 분석과 권역별로 균형 있게 배치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시설 확대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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