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끊이지 않는 사망 사고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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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만 매년 40명 안팎 숨져
현장 관리체계 미흡이 주 원인
안전관리자 육성·예산 지원 등
법 제 기능 위한 실질 대책 시급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재 사망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재 사망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 현장에서 여전히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발생한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참사와 같이 안전관리자 부재 문제 등도 빈번해 법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부산 중대 재해 사망자는 2022년 40명, 2023년 40명, 2024년 36명으로 나타났다.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안전관리자가 없을 경우 사업주가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7일엔 중처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중처법 시행 이후 사망자 수가 별로 줄어들지 않는 것은 안전관리자 부재 등 현장 관리체계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국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잠정 통계 기준 589명이었는데, 그 중 건설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가 276명으로 절반에 달했다. 이처럼 건설업에서 중대재해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상당수 현장에선 안전관리자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 2월 6명이 숨진 부산 반얀트리 화재 참사 당시에도 하청업체가 작업하던 용접 현장에선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인 하청업체의 현장소장이 사고 당일 현장에 없었다. 현장소장 아래 직책의 안전관리자 역시 지난해 12월 퇴사한 뒤 공석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안전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뒤 현장소장마저 없었기에 안전 관리에 완전한 공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부산운동본부 역시 부산 반얀트리 호텔 화재 참사 보고서에서 안전관리자 미선임이 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안전관리자 부재는 반얀트리 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상임활동가는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소규모 업체의 사업장일수록 안전관리자 선임이 중요하지만, 현장에선 안전관리자가 제대로 선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중처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안전관리자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졌고 이들의 몸값도 올라가 채용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경기 침체로 경영난이 악화한 영세 중소기업은 상승한 안전관리자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적지 않은 영세 중소기업들은 처벌받을 위험에도 안전관리자 채용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부산의 한 중소 건설업체에서 일하는 A 씨는 “중처법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보다 지금 안전관리자나 안전보건관리자 인건비가 너무 올라 규모가 큰 회사들은 몰라도 중소규모 업체에선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산재 예방 지원 사업 등도 진행하지만 지원 규모가 크지 않아 실제 현장 상황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역부족이다. 부산테크노파크(TP)는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동안전관리자 운영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공동안전관리자 1명당 인건비로 최대 연 375만 원을 지원하며 지원 규모는 30명 내외다.

전문가들은 부산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안전관리 인력 육성과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연구원 손헌일 책임연구위원은 “안전관리자를 외부에서 구하기 힘들다면 내부에 있는 인력이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재직자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안전관리자를 육성해야 한다”며 “공동안전관리자 지원 제도에 투입되는 예산도 늘려 더 많은 기업들이 부담 없이 안전관리자를 선임해 산업현장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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