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개방 뒤 멈춘 시계… 전체 사업 지휘할 거버넌스 꾸려야 [부산 현안, 이번엔 반드시]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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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재개발 조속 추진

해양 신산업·IT 영상콘텐츠산업
부지는 조성됐지만 ‘허허벌판’
연 2회 기관장협의회로는 부족
실무총괄협의체 상설 기구 필요
랜드마크 부지 계획 장기 표류
2·3단계 동력 개발 저하 우려도

북항 재개발 1단계를 조속 추진을 위해 재개발 전담 단일 거버넌스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항 재개발 1단계 핵심시설로 꼽히는 랜드마크 부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북항 재개발 1단계를 조속 추진을 위해 재개발 전담 단일 거버넌스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항 재개발 1단계 핵심시설로 꼽히는 랜드마크 부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기 사업계획 수립에 나서 올해로 17년을 맞는 북항 재개발 사업은 역설적이게도 노 전 대통령 바람대로 ‘슬리퍼 끌고 갈 수 있는’ 공원, 딱 그만큼만 완성됐다.

부산과 한국 미래를 이끌 해양 신산업, IT(정보통신) 영상콘텐츠 산업을 위해 부지가 조성됐지만 허허벌판이다. 두 번째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두 번째 조기 대선. 인수위도 없이 출범해야 하는 새 정부가 반드시 챙겨야 할 부산 이슈로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 마무리가 꼽히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원도심 부활과 해양 신산업 요람 조성의 절박함 때문이다.

■시·해수부·BPA 거버넌스 구축을

2017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북항 재개발을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시키고, 2018년 3월 15일 부산항 북항을 직접 방문해 부산항 미래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였던 2021년 연말부터 임기 종료 시점이던 2022년 5월까지 친수 공원과 경관 수로, 연결 교량이 순차 개방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정 120대 과제 중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를 103번째 과제로 꼽으면서 엑스포 개최지인 북항 재개발 부지에 대해 박람회 개최 전 인프라 조성을 완료하고, 박람회 후 국제해양복합도시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엑스포 개최가 무산되면서 북항에 대한 정부 관심이 급속히 식었다. 엑스포 무산 전에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겹쳤다.

인프라 조성과 속도를 맞춰야 할 상부시설 착공을 위해선 오피스 시장 수요가 받쳐줘야 하지만 건설·부동산 경기와 지역 경제 동반 침체가 지속됐다. 결과적으로 문 전 대통령 시기 기초적인 공원 개방이 이뤄진 뒤 지난 3년간 사업 진척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뒤처진 속도를 만회하려면 지금처럼 제각각 논의하고 결정하는 부산시,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BPA)가 제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난달 1일 해수부 특별지방행정기관인 부산해수청과 시, BPA가 8년 만에 기관장협의회를 재개하면서 소통 구조를 복원한 것은 다행이지만 연 2회 개최로는 현안을 다루기에 역부족이다.

해수부 산하에 구성된 북항통합개발추진단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시와 BPA가 추진단에 고위급 직원을 파견하거나, 기관장행정협의회 산하에 실무총괄협의체를 상설 기구로 두는 방식으로 북항 재개발 이슈 대응에 속도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투자 마중물 공공 콘텐츠 시급

북항 재개발 사업은 해양 허브 부산의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다. 핵심은 그곳을 어떤 콘텐츠로 채우느냐다.

랜드마크 부지(11만 3286㎡)는 북항 재개발 사업 1단계 중앙에 위치해 북항 재개발 활성화의 앵커 시설로 꼽힌다. 면적도 전체 1단계 사업지 분양 대상 면적 31만㎡의 3분의 1을 넘는 최대 규모다. 1단계 사업의 성패가 랜드마크 개발에 달려 있어 조속한 사업자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랜드마크 부지 계획은 장기 표류 중이다. 부산시가 지난해 12월 4조 5000억 원 규모 외자 유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업자 선정을 놓고 시와 BPA가 이견을 보인다.

현재 북항엔 즐길 거리 하나조차 없다. 북항 인근 원도심 활성화마저 지연시키는 등 시민들에게 유무형의 불이익과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제대로 된 랜드마크 개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나머지 1단계 부지를 비롯해 2·3단계 개발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계기로 조속한 개발 공감대와 방향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 사회와 정치권에서는 랜드마크 부지에 야구장을 짓자는 제안도 나온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지금 북항 재개발은 부산시와, 해수부, BPA 등이 개발 방향에 대한 합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대선을 계기로 정부 차원의 추진체계와 재정 투입 방안에 대한 약속을 정치권으로부터 확실히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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