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단식농성 압박’… 친한 '거리두기 관망'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파행
부산 국힘 계파 분위기 대조

김미애, 단일화 요구 단식 농성 돌입
박수영 "김문수 도망" 발언 수위 높여
단일화 불발로 대선 패배 시 비판 부담
조경태, 현 정국에 입장 표명 안 해
정성국, 한동훈 지지 당원 가입 독려
차기 당권 경쟁 우위 점하는 데 집중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단일 후보 선출을 두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하는 부산 의원들의 태도는 확연히 대조된다.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강경 일색인 김문수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 합류했던 인사들은 연일 압박에 나서며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이번 대선보다는 차기 당권에 집중하는 듯 느긋한 태도로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온도차는 대선 이후 차기 당권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 캠프에서 사회통합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의원은 전날(7일)부터 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때까지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단식 이틀 차인 이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를 향해 “김 후보님, ‘한(덕수) 대행과 단일화, 전당대회 직후’ 한다고 하셨다. 지난 4월27일에 김문수 후보는 김문수 + 한덕수 단일화가 가장 신속하고 확실한 승리 전략임을 강조하는 메시지 및 ‘을지 문덕’ 카드뉴스를 배포했다”며 “그런데 김 후보님은 오늘 ‘후보 등록하고, 다음주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한 후에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이게 ‘전당대회 직후’는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이었던 박수영(남) 의원은 이보다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김 후보에 단일화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 후보가) 맨날 도망 다니기만 한다. 내가 알던 김문수가 아니다”며 “70살이 넘으면 공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1951년생인 김 후보는 올해 73살이다.

정부혁신본부장을 지낸 조승환(중영도) 의원은 두 사람에 비해 다소 소극적이다. 지난 5~6일 두 건의 단일화 촉구 관련한 게시물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입장 표명이 없는 상황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 중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 관련 회동 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 중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 관련 회동 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부산의 친한계 의원들은 이번 단일화 논란과 관련해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부산에서 대표 한동훈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조경태(사하을) 의원은 지난 2일 한덕수 예비 후보가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를 찾았으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입장에 실패한 것과 관련한 기사와 함께 “측은해 보이네요ㅉㅉ(쯧쯧)”이라는 글을 게시했으나 이후로는 현 정국과 관련해 별다른 게시글을 올리고 있지 않다.

대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당원 가입 독려 기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한 전 대표 시절 국민의힘 총선 영입 1호 인재인 정성국(부산진갑), 한동훈 캠프 전략메시지총괄위원장을 맡은 정연욱(수영) 의원 등은 최근 잇따라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썼다. 이는 앞서 지난 5일 한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 우리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고 적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댓글에 당원 가입 링크를 달고 “많은 분이 당원 가입을 해주면 정치가 바뀐다. 저는 계속해 보겠다”고 적었다.

이처럼 양 측이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향후 정치적 입지와 연관이 있다.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불발로 인한 보수의 대선 패배 시 김 후보 캠프 인사들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화살은 결국 경선 캠프에 합류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하게 되면서 다음 당권 경쟁에서 비주류로 전략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는 3년 후 23대 총선에서의 공천과 직결될 수 있는 까닭에 단식이나 노인 폄훼로 비쳐질 수 있는 격앙된 발언 등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와 달리 친한계에서는 경선이 끝난 뒤 본선 가도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선 패배 시 책임 소재와 연관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불발로 당 내홍이 격화될 경우를 대비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을 늘여가며 다음 당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다만 친한계의 이러한 태도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후보라는 이유에서 김문수, 한덕수 후보를 도울 ‘정치적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선거대책위원회에도 합류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4자 경선에 진출했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최근 한 전 대표가 당원 모집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혹시 대선 패배 후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당권을 노리는 행보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한 전 대표는 우리 당과 함께 이재명을 막을 의지가 있느냐. 부디 선대위에 합류해 이재명을 막는 대의에 동참해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꼬집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