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만 3만여 명 '번호이동'… SKT 가입자 이탈 본격화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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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200명보다 약 170배 급증
재고 부족 유심 교체 장기화 영향
정치권 “2차 피해 방지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조치 적극 검토해야”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째인 29일 부산 시내 한 SKT 대리점 앞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째인 29일 부산 시내 한 SKT 대리점 앞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SK텔레콤에서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28일에만 3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번호이동’으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 부족으로 유심 교체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자 ‘즉각 교체’가 가능한 ‘번호이동’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SK텔레콤 가입자 3만 4132명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이날 SK텔레콤 신규 가입자가 8729명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가입자 수가 2만 5403명 순감했다.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가입자의 약 60%는 KT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LG유플러스로 갈아탔다. 이날 KT에 새로 가입한 사람은 2만 1343명, LG유플러스에 새로 가입한 사람은 1만 4753명이었다. 알뜰폰으로 이동한 이용자까지 합하면 SK텔레콤 이탈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들어 SK텔레콤 가입자 이탈은 하루 20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6일 1665명이 이탈한 이후 이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SK텔레콤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 주말 다른 통신사에서 자사로 이동하는 고객에게 큰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통신사 변경이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에게 “통신사를 LG유플러스나 KT로 바꾸면 괜찮나”고 물었다. 이에 고 위원장은 “통신사를 바꾸는 것도 2차 피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사를 바꿀 경우 해당 통신사의 유심으로 즉시 교체가 가능해 SK텔레콤 유심 교체 서비스처럼 대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다수 가입자가 ‘약정 할인’이나 ‘결합 할인’으로 묶여 있는 상태여서 통신사 변경은 ‘위약금’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 윤 위원장은 “통신사를 바꾸게 된다면 위약금 문제도 해결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검토해 보라”고 지적했고 고 위원장은 “회사 쪽에서 전향적으로 고려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정 할인에 대한 위약금은 통신사가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단말기 대금 등을 직접 지원한 데 따른 것이어서 면제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약금 면제 조치가 이뤄질 경우 경쟁 통신사로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은 지난 28일 하루에만 약 28만 명이 유심을 교체한 것으로 집계했다. SK텔레콤이 다음 달 말까지 500만 개 유심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심 부족은 불가피한 상태다. 지난 28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유심 교체를 예약한 가입자만 432만 명에 달한다.

SK텔레콤은 가입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5월 중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유심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방식(유심 포맷)으로, 유심 교체를 하지 않고도 교체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유심 포맷 기술 개발 전까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는 29일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5월 초까지 1500만 명 정도가 가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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