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BIFF, 경쟁 영화제로 새출발 나선다
올해부터 경쟁 시스템 도입키로
아시아 영화 대상 5개 부문 시상
‘부산 어워드’ 상과 상금도 수여
대상 수상작, 폐막작으로 상영
위상 증대·붐업 효과 등 기대감
“서른 살 BIFF, 아시아의 칸영화제로 도약을 꿈꾼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출범 30년 만에 경쟁 영화제로 변신을 선언했다. BIFF는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는 9월 개막하는 제30회 영화제부터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시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박광수 이사장을 비롯해 신임 정한석 집행위원장과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한 해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 부문은 14편 내외의 작품을 선정해 선보이게 된다. 경쟁 부문 수상작들에는 ‘부산 어워드’로 명명된 상과 상금을 수여한다. 시상은 최고상인 대상을 포함해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 걸쳐 시행된다.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영화에 수여되는 대상작은 5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고 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배우상은 남녀 배우에게 각각 수여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예술공헌상은 연출과 연기 외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룬 이를 선정해 수상한다. 영화제 측은 경쟁 부문은 기본적으로 세계 최초 상영(월드 프리미어) 작품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IFF는 동남아 감독 중 유일하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에게 트로피 디자인을 의뢰했다. 아피찻퐁 감독은 설치미술가로도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BIFF가 경쟁 영화제로 변신하는 건 나름의 준비 과정을 거쳤고 성공에 대한 확신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박광수 이사장이 새로 임명된 후 경쟁 시스템 도입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고, 최근 집행위원장 자리까지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로 채워지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과제를 실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BIFF의 경쟁 부문 도입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기대감이 크다. 기본적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가 모두 경쟁 부문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위상 증대와 붐업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대와 함께 유의점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부산대 영화연구소 서대정(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 소장은 “경쟁 부문 선정 기준을 명확히 해 공정성 시비가 없어야 위상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런 문제가 없어야 브랜드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모험이자 도전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아시아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한다는 측면에서 자칫 BIFF가 ‘아시아영화제’로 고착될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소장은 “BIFF가 그동안 비경쟁 영화제로 누린 이점도 분명히 있다”고 전제한 뒤 “아시아 단위 경쟁 부문은 한편으론 영화제 위상을 특정 지역으로 한계 짓는 측면이 있어 언젠가 전 세계로 개방하는 걸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수 이사장 역시 “글로벌 영화를 대상으로 한 경쟁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며 “충분한 역량이 쌓이면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BIFF 초청작은 지난해 224편보다 10여 편 늘어난 240편 내외가 될 전망이다. 또 개막식과 폐막식 운영 방식을 바꿔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 ‘파과’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에게 기획·연출을 맡기기로 했다.
BIFF는 이날 경쟁 체제 도입과 함께 기존 ‘뉴커런츠’와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을 각각 ‘비전-아시아’와 ‘비전-한국’으로 개편해 12편씩의 독립영화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밤새 영화를 즐기는 ‘미드나잇 패션’을 기존 2일에서 4일로 확대해 운영하고, 중단됐던 포럼비프를 재개하는 구상도 소개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