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험 사기 병원에… 법원 ‘범죄단체’ 첫 유죄 판단 [사건의 재구성]
피부미용 시술 의사·브로커 등
도수치료·무좀 등 허위 서류 작성
환자 1100여 명에 실비보험 청구
보험사로부터 약 54억 타 낸 혐의
부산지법, 징역 5년 등 4명 실형
보험사기 ‘범죄단체’ 인정 첫 판결
은밀한 제안에 솔깃했다. ‘손님’을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말이 그럴듯했다. 그는 “결제한 금액 일부를 소개비로 달라”고 했다. 2020년 12월 부산에서 의원을 연 뒤 그에게 ‘외부이사’ 직함을 줬다. 본격적인 ‘사업’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50대였던 의사 A 씨는 2021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피부미용 시술뿐 아니라 모발 이식과 성형수술 등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40대 여성인 ‘외부이사’ B 씨가 데려온 환자들이 대상이었다. 손님이 끊이질 않자 A 씨는 환자 유치뿐 아니라 상담실장까지 맡길 ‘센터장’도 새롭게 고용했다. 2021년 8월 당시 30대 여성인 센터장 C 씨가 의원에 합류했다.
환자였던 50대 D 씨도 같은 역할을 할 직원으로 2022년 6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했다. A 씨는 B·C·D 씨에게 병원 수익으로 각각 수억 원을 소개비 등으로 지급했다.
피부미용 시술과 성형수술 등에 집중한 A 씨의 의원에는 특별한 ‘영업 비법’이 있었다. 환자들이 무좀 치료나 도수치료를 받았다는 허위 서류를 발급할 시스템을 갖춘 상태였다. 실비 보험을 받을 수 있게 진료기록부, 입퇴원 확인서, 진료비 영수증 등을 반복해서 꾸며냈다. 환자들에게 ‘도수+피부미용 패키지’를 권유하기도 했다. 일부만 진행한 도수치료 횟수를 부풀려 보험금 청구 서류를 발급해 줬다.
허위로 청구된 보험금은 상당한 규모였다. 의사 A 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환자 572명과 공모해 보험사들이 보험금 약 22억 2516만 원을 교부하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외부이사 B 씨는 2023년 7월까지 환자 167명과 공모해 보험사들이 보험금 약 5억 7283만 원을 지급하게 했고, 센터장 C 씨는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환자 379명과 공모해 약 14억 306만 원을 주게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D 씨도 환자들과 공모해 약 12억 5447만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게 만들어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허위 보험금 청구를 위해 의원을 운영한 A 씨 일당을 ‘범죄단체’라고 판결했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병원과 의원에는 국내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는데, 1심 법원도 조직적으로 병원을 설립해 범행을 저지른 범죄단체라고 인정하며 유죄 판결을 내린 셈이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변성환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범죄단체 활동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 씨에게 징역 5년, 외부이사 B 씨에게 징역 3년, 센터장 C 씨와 직원 D 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B 씨에게는 2억 7827만 원, C 씨에게 2억 1012만 원, D 씨에게 2억 3612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