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6명 부산 '리녹스', 일본 기업 홀렸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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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금형 생산 소부장 기업
일본 최대 강관사와 계약 앞둬
금속 표면 가공 기술력 인정

리녹스가 지난해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매뉴팩추어링 월드 TOKYO’에서 해당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리녹스 제공 리녹스가 지난해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매뉴팩추어링 월드 TOKYO’에서 해당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리녹스 제공

직원 6명이 근무하는 지역의 작은 제조 스타트업이 최근 전통 제조업의 강자인 일본 기업에 파이프 금형을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해당 기업은 매출 규모 2조 원에 달하는 일본 최대 강관 제조 업체다. 부산의 작은 스타트업이 단순 위탁 생산이 아닌 제품 생산의 핵심이 되는 ‘틀’인 금형을 제조업 강국인 일본으로 ‘역수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속 소성가공 및 열처리 기술과 혁신적인 기능성 소재·부품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부산 제조 기업 ‘리녹스’는 일본 강관 업체 M사와 파이프 가공을 위한 ‘필거금형’ 제품 계약 막바지에 돌입했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파이프를 만드는 금형 제품으로, 리녹스는 품질검사와 금액 등 계약 조건을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올해 상반기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업체는 올해 우선 2억 원가량의 제품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이 성사되면 해당 금형은 반도체 설비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M사는 설립 70년이 넘은 일본 최대 민영 강관사로, 최근 반도체설비용 스테인리스 강관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 설비에 있어서 금형은 상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금속 표면을 가공할 때 표면에 생기는 미세한 요철의 정도를 ‘표면조도’라고 하는데, 반도체 파이프의 표면 조도는 파이프 내부에 흐르는 물질의 흐름과 오염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은 자국의 기술력으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맡기는 경우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금형 자체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역 스타트업인 리녹스가 제조 강국 일본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던 계기는 다른 제조업체들과의 협업에 있었다. 2023년과 작년, 리녹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 제조 무역 전시회 ‘매뉴팩추어링 월드 TOKYO’ 등에 참석해 일본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다른 제조업체가 리녹스를 M사에 소개했고, 제품력을 인정받은 리녹스가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리녹스 홍성규 대표이사는 “이번 계약은 창업 초기부터 쌓아온 기술력과 더불어 다른 한국 제조기업과의 협업 덕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리녹스는 2016년 부산 동아대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설립됐다.

홍 대표이사는 “이번 수출 건은 제품의 설계부터 개발,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방식인 ‘ODM’(제조자개발생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본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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