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공급망 기획단 설립, 항만·해운·물류 소통 지원”
한국해양진흥공사 안병길 사장
“관세 등 해운시장 변동성 대응
해양산업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용역 예정
HMM 좋은 주인 찾기 연구 중”
2024년 10월 2일 한국해양진흥공사 제3대 사장으로 취임한 안병길(사진) 사장은 전통적으로 항만 물동량과 같은 하드웨어를 중시한 우리 해운산업의 틀을 소프트웨어로 넓혀 부가가치를 높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와 금융계가 상반된 입장을 갖는 HMM 민영화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좋은 주인 찾아주기’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 무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 중요해진 해운정보 수집을 위해 올해부터 싱가포르, 런던, 도쿄 등 해외 지사 설립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안 사장은 취임 6개월을 기념해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은 생각은 밝혔다. 안 사장은 해운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안 사장은 “고율 관세, 중국 선박 입항 수수료 등 미중 통상마찰에서 비롯된 각종 조치들,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양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목표량 초과 탄소 배출에 2027년부터 벌금 부과하기로 한 조치, 거기다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전환까지 해운산업이 급격한 변화에 둘러싸여 있다”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이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해상공급망 기획단’을 설립해 항만-해운-물류 등 연관산업이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안 사장은 국제정세 변화에 인력 부족 등으로 대응이 더딘 중소 선사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안 사장은 “선박금융부를 중소 선사 전담 부서로 지정해 국제 해운업계 정보 제공과 디지털 전환, AI 대응 등의 컨설팅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 사장은 취임 후 핵심 현안 사업으로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문제를 챙겨왔다. 1997년부터 논의가 시작됐고, 2008년부터 관련 업계의 관심으로 떠올랐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었던 사안이다. 안 사장은 “선박 운임과 용선료 등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 유수의 선사들은 운임선도거래를 활용하는데 우리 선사들은 이런 수단이 없어 오로지 화주와 장기운송 계약을 맺는 데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박 연료도 탄소 배출이 적거나 아예 없는 친환경 연료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이 연료를 선물이나 파생상품 형태로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안 사장의 생각이다. 안 사장이 해운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으로 꼽은 것은 친환경 연료와 운임, 해양 탄소배출권, 특수 선박, 중고 해체선 등 5가지다. 안 사장은 해운거래소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는 전문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운업계는 “산업은행과 해진공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금융업계에서는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맞서는 HMM 민영화에 대해 물었다. 안 사장은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선사인 HMM을 글로벌 5위 이내 선사로 키우고, 우리나라 해상 공급망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며 “공사 내부적으로 좋은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연내 설립을 추진 중인 싱가포르 지사를 왜 두려 하는지도 물었다. 안 사장은 “무역을 뒷받침하는 해운산업은 필연적으로 글로벌 정보와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 산업인데 직제표에만 있고 실제 조직은 없는 해외 지사를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공사의 해외 투자금 유치와 조달을 위해서도 해외 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런던, 도쿄 등 매년 1곳씩 해외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상업 운항 가능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는 북극항로와 관련해 안 사장은 “기착점이 되는 진해신항과 배후단지, 북유럽 주요 항만 등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항만·물류 인프라 투자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우리 제조·물류 기업의 해외 거점 확보가 더 절실해졌기 때문에 해외 자산 확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