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상폐 위기에 동서대 ‘10억 기부금’ 계륵 신세
2022년 발전기금 ‘위믹스’ 받아
거래 유의 종목 지정되며 ‘난감’
비영리법인 처분 못해 계륵 신세
가상화폐 ‘위믹스’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10억 원 상당의 위믹스를 기부받은 대학들이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대학법인이 가상화폐를 보유하거나 처분하지 못하는 사이, 기부받은 가상화폐가 상폐 논란에 휩싸이며 활용도 못 하고 버리기도 애매한 ‘계륵’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동서대는 2022년 4월 8일 글로벌 게임 회사 위메이드와 협약을 맺고 1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 위믹스를 기부받았다. 당시 위메이드는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동서대 4곳에 발전 기금 명목으로 자사 발행 가상화폐인 위믹스를 전달했다. 동서대는 유일한 비수도권 대학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학으로서는 기술 흐름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얻으면서도 별다른 부담이 따르지 않는 기부였기에 ‘잃을 것 없는 거래’로 받아들였다. 동서대는 소프트웨어(SW) 중심 대학사업단 교육 프로그램과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에 위믹스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위믹스가 잇단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하면서 기부받은 가상화폐를 활용도, 처분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위믹스는 지난 2월 약 90억 원 규모 해킹 피해를 뒤늦게 공개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국내 주요 5개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위믹스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고, 다음 달 2일 위믹스의 거래 유의 해제 또는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위믹스는 2022년에도 유통량 허위 공시로 인해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한 차례 상장폐지됐다가 재상장한 전력이 있다.
현재 동서대는 대학법인이 실제 가상화폐를 보유한 것이 아니라, 위메이드에 대한 위믹스 청구권만 가진 상태로 파악됐다. 이는 비영리법인인 대학이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없도록 한 법적 제약 때문이다. 이에 그동안 대학 측은 위믹스를 활용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동서대 관계자는 “실제 가상화폐를 보유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기부받은 가상화폐가 상장폐지 논란에 휘말리면서 정치권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부담이 상당하다”며 “기부 형태라 금전적 손해는 없지만, 10억 원 규모 자산을 활용도 못 한 채 잃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비영리법인과 대학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비영리법인 중 지정기부금단체와 대학교는 올해 2분기부터 법인 실명 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관련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아직 미비해, 대부분 비영리법인은 여전히 가상자산 수령이나 현금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