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스트레스와 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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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며칠 전 외래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 여자 환자께서 오랫동안 혈당 조절이 잘 되었는데, 갑자기 당화혈색소가 6.1%에서 7.5%로 많이 증가했다. 최근 남편이 암으로 진단되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 거 아니냐고 환자께서 질문하셨다.

정말 스트레스 때문에 당화혈색소가 올라갔을까? 당뇨병과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들을 모아 정리한 최근 논문에서 실제로 정신적 스트레스는 혈당을 올리고 더 나아가 합병증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당뇨병의 예방과 진행을 막기 위해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어떻게 혈당을 증가시키게 될까?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호르몬 조절 시스템의 마스터 키 역할을 하는 뇌 속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이 활성화된다. 그러면 부신에서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어나서 포도당을 많이 만들어 필요한 곳으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원시인들이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나게 되면 본능적으로 도망을 쳐야 하니,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다리에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잘 공급해 줘야 한다. 그리고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에피네프린 같은 호르몬이 방출되는데,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동공이 커져 집중력을 높아지게 만들어 더 신속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한다. 현대에서는 이런 위험은 없지만 어떤 종류든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비슷한 형식으로 반응하게 우리는 진화되어 왔다.

이런 호르몬들의 변화는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계속 우리의 몸속에서 그 역할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이 한 번씩 일어나고 원래대로 잘 돌아간다면 우리 몸에는 좋은 쪽으로 작용을 한다. 그러나 만성적이고 반복적으로 활성화되고 누적되면 신체에 이상을 일으키게 된다. 최근에 이러한 것을 심리적 스트레스의 ‘생리적 부담’ 또는 ‘생체 부담’이라고 부르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과 사람 관계 등에서 계속되는 다양한 심리적 스트레스들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그리고 교감신경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그러면 코르티솔, 에피네피린 같은 호르몬들도 높아진 상태로 유지되어 혈당이 올라가고 심장 박동 수를 증가시키며 염증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들이 많이 생성되고 면역 기능에 관계하는 세포들을 약화시킨다. 장내 미생물도 변한다. 그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상태는 현대의 만성질환 즉 당뇨병, 비만, 고혈압, 심장병, 암과 같은 병들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호르몬들의 증가는 우리를 더 빨리 많이 늙게 한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빨리 털어 버리자. 그러면 스트레스에 반응했던 호르몬들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오히려 우리를 더 건강하고 젊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아예 안 생기도록 서로 스트레스는 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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