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특구 부산, 과감한 실험이 필요할 때" [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
②넥써스 장현국 대표
"규칙을 따르기보다 만들어야
부산시, 비트코인 전략적 보유
해외 기업의 지역 유치 나서야"
[편집자주]블록체인 특구 부산의 가능성과 미래를 전망하는 ‘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 연재를 시작합니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비온미디어의 심준식 대표가 이 분야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들의 리더들을 만나 도전정신과 비전을 조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부산이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새벽 4시 도시가 잠든 시간. 한 회사 대표의 하루가 시작된다. 이메일을 열고, 깊이 있는 고민과 결단의 시간을 갖는다. 29년간 한국 게임산업을 이끌며 ‘투자의 귀재’로 불린 넥써쓰(전 액션스퀘어) 장현국 대표는 블록체인이란 새로운 혁신의 물결 앞에 섰다. 넥써쓰는 지난 7일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액션스퀘어에서 넥써쓰로 변경했다. 이날 장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통과됐다. 장 대표는 넥써쓰 대표로서 회사의 블록체인 게임·플랫폼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장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6년 넥슨을 시작으로 네오위즈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CFO), 네오위즈모바일 대표를 거쳐 위메이드 대표를 10년간 역임했다. 올해 1월부터 넥써쓰 대표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투자의 귀재’로도 불리며, 블록체인과 게임의 혁신적 결합을 선도하고 있다. 이달에는 ‘크로스(CROSS)’ 토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 세계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공이 더 큰 성공을 부르는 법칙
“저는 스토아 철학을 믿습니다.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되, 본질은 지켜야 합니다. 변화 속
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혁신의 시작입니다.”
장 대표의 이력 뒤에는 깊이 있는 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그의 성공 방정식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는 “29년간 단 한 번도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투자의 귀재라고 하지만, 사실 투자의 본질은 ‘신뢰’”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 같은 장기투자를 지향한다”며 “검증된 팀이라면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투자란 기회를 여는 것이지 간섭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8년 1월, 장 대표의 인생 최대 전환점이 찾아왔다. 게임과 블록체인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당시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했지만, 2018년 2월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부분 포기했다”며 “하지만 이 비전을 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장 대표의 안목은 탁월했다. 2022년 위믹스 상장폐지 위기도 결국 기회로 만들었다. 장 대표는 “위기는 결국 기회”라며 “본질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위기는 오히려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벽 4시, 하루 시작
장 대표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이 시간은 그가 가장 아끼는 ‘황금시간’이다. 그는 “새벽 4시부터 6시는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이메일을 확인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시간에 내린 결정들이 단순한 현안 처리가 아니란 점”이라고 전했다.
장 대표의 의사결정 과정은 독특하다. 그는 “대부분 경영자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얘기한다”며 “하지만 진정한 의사결정은 모든 정보를 검토했는데도 답이 명확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고 진단했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장 대표는 “눈앞의 현상이 아니라 1년 후, 때론 그 이상의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이라며 “시야를 넓히면 의사결정은 훨씬 명확해진다”고 조언했다.
오전 6시부터는 직원들과의 소통이 시작된다. 이 시간은 주로 카카오톡으로 직원들과 소통한다. 밤새 발생한 이슈들을 점검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10시 출근 후에는 대면 미팅과 실무가 이어진다. 저녁에는 업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킹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건강관리도 철저하다. 주 3회 PT와 수영은 장 대표의 필수 일과다.
■블록체인, 부산의 미래를 바꾸다
장 대표는 부산에 대한 발전에 진심이다. 그는 “부산이 진정한 블록체인 특구가 되려면 과감한 실험이 필요하다”며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고, 미국의 각주들은 전략적 디지털자산 비축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부산의 현주소를 명확히 지적했다. 장 대표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의미 있는 실험이 없었다”며 “특구는 실험을 진행하라고 주는 기회인데, 100번 시도해서 90번 실패하더라도, 남은 10번의 성공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해외 주요 블록체인 기업들의 본사 유치 검토나 비트코인을 부산시 예산으로 전략적 보유를 검토하는 등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들 시기”라며 “부산이 단순히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닌 규칙을 만드는 도시가 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특구의 의미”라고 첨언했다.
■리더가 리더에게
장 대표는 경영자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도 보탰다. 그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대부분의 리더들은 조직을 탓한다”며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리더 자신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리더가 바뀌어야 조직이 바뀐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의 리더십은 ‘지식 기반 경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회사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시각이다. 직원들에게 성장을 강조하기 위해선 CEO가 먼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리더의 참된 모습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위기관리에 있어 차별화된 시각을 보유했다. 위기는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지난 2022년 ‘위믹스’ 상장폐지를 예시로 들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포기하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오히려 투명성을 강화하고 소통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이 위기는 신뢰도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본질을 보는 눈”이라며 “시장이 광풍에 휩싸일 때도, 기술의 본질적 가치를 보고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메시지
인터뷰 막바지, 장 대표의 목소리는 더욱 진지해졌다. 그는 “요즘 배움의 기회는 인터넷, 유튜브, 챗(Chat)GPT 등 무한하다”며 “하지만 정보를 아는 것과 지혜를 갖는 것은 다른데, 깊이 있는 공부로 정보를 지혜로 변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했다. 장 대표는 “유발 하라리의 ‘렉서스’를 읽어보길 추천한다”며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은 결국 인류의 정보 시스템을 진화시키는 기술로, 이 책은 그 진화의 방향을 가장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장 대표가 말하는 CEO 성공 공식 10가지
새벽형 인간이 돼라 : “하루의 시작이 성공의 시작이다”
공부하는 CEO가 돼라 : “회사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본질을 보는 눈을 키워라 : “유행을 쫓지 말고 가치를 쫓아라”
직관은 성실함의 결과물 : “데이터와 경험이 만나야 진정한 직관이 된다”
문제를 더 크게 보라 : “눈앞의 현상이 아닌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보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라 : “위기는 혁신의 기회다”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라 : “성과는 철저한 루틴에서 나온다”
신뢰 기반의 투자를 하라 : “간섭이 아닌 자율성을 보장하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 “흐름을 읽되 본질을 잃지 마라”
실험하고 도전하라 : “100번의 실험 중 10번의 성공이면 충분하다”
■하루 24시간 시간 관리 비법
오전 4~6시 : 골든타임, 핵심 의사결정
오전 6~8시 : 직원들과 소통, 이슈 점검
오전 8~9시 : 운동과 건강관리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 미팅과 실무
퇴근 이후 : 업계 네트워킹, 자기 계발
오후 10시 : 취침, 다음 날 준비
■부산 블록체인 특구 발전을 위한 5가지 제언
△과감한 실험정신 필요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유치 △시민 생활 속 블록체인 도입 △전략적 디지털자산 보유 검토 △규제를 따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특구로
■CEO 필독서
‘렉서스’(유발 하라리) : AI와 블록체인의 미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 글로벌 시장을 보는 눈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정주영) : 도전정신의 진수
‘끝없는 도전’ (재커리) : 혁신의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