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 듣는 ‘슈퍼세균’ 감염 지난해 4만 건 넘어
CRE 감염증 6년 만에 3.6배
요양병원·CP-CRE 비율 급증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이른바 ‘슈퍼세균’에 감염되는 질환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감염증의 국내 신고 건수가 매년 가파르게 늘어 지난해 4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CRE 감염증 신고 건수는 총 4만 2827건(잠정)이었다. 2023년 3만 8405건에서 11.5% 증가한 것으로, 2017년 6월 전수감시체계가 마련된 이후 첫 연간 통계인 2018년(1만 1954건)과 비교하면 6년 만에 3.6배가 늘었다.
CRE 감염증 신고 건수는 2019년 1만 5369건, 2020년 1만 8113건, 2022년 2만 3311건 등으로 매년 20~30%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도 2018년 143명에서 2023년 661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도 1~6월에만 439명이 숨져 연간 사망자는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감염자는 70세 이상이 2만 8713건으로 67%를 차지했다. 60~69세(7694명)를 더하면 60세 이상이 전체의 85%에 달한다.
CRE 감염증은 항생제 내성균 중 카바페넴 계열의 항생제에 최소 한 가지 이상 내성인 장내세균목에 의한 감염질환이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환자나 병원체 보유자와의 직·간접적 접촉이나 오염된 기구나 물품, 환경 등을 통해 전파된다.
대부분은 단순 보균상태로, 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2023년 신고 기준으로 혈액에서 CRE가 검출된 ‘환자’는 5.4%이며, 나머지는 혈액 이외 임상검체에서 CRE가 검출된 ‘병원체보유자’로 분류됐다.
주로 요로 감염을 일으키며, 위장관염, 폐렴이나 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증을 유발하고, 여러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다. 실제로 CRE로 인해 감염증을 일으키는 경우 사망률은 26~75% 수준으로 높다.
국내 신고 중에는 특히 요양병원 신고가 2020년 1458건(322기관)에서 2023년 5815건(566기관)으로, 신고 건이 약 4.0배, 신고 의료기관 수가 약 1.8배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은 요양병원에는 주로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은 고령 환자와 재활 환자가 장기 입원하고 있고, 다인실 구조, 감염관리 인력과 자원 부족 등으로 CRE 감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CRE 중에서도 카바페넴분해효소를 생성하는 CRE인 ‘CP-CRE’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 CRE 감염증 중 CP-CRE 감염증의 비율은 2023년 73.7%로, 2019년 57.7%에서 매년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은 CP-CRE는 내성 유전자를 다른 세균으로 전달, 빠른 전파를 초래해 집단감염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의료기관 내 집단발생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항생제 오남용도 CRE 감염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약 1.2배(2021년 기준) 높고,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항생제 중 약 30%가 부적절한 처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