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산 감축’ 세계의 이목이 부산에 쏠린다
내달 ‘국제플라스틱협약’ 진행
법적 구속력 명문화 조항 핵심
한국 정부는 소극적 대응 그쳐
시민사회단체 "책임 있는 자세” 요구
‘플라스틱 생산 감축’ 문제가 국제사회의 뜨거운 이슈인 가운데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에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환경부·해양수산부 등 관련부처와 시민사회·환경단체에 따르면 다음달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이하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개최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는 전 세계 유엔 회원국들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규약을 만드는 회의다.
이번 부산 회의(INC-5)는 국제사회가 전 지구적 플라스틱 문제 해결 위해 2022년 2월 '제52차 유엔환경회의(UNEA)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협상 절차의 마지막 순서다. 협상문 성안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각국 정부대표단과 유엔환경계획(UNEP)을 비롯한 국제기구, 시민사회 등 전 세계 170여개국 주요 인사와 정책결정자, 전문가, 활동가 등 역대 INC 중 가장 많은 약 3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핵심은 ‘강력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와 이행 방안의 수립’으로, 이를 법적 구속력 있는 조항으로 명문화하는지 여부가 제5차 협상회의의 관전포인트다. 협약의 성안을 위해 국가 간 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핵심 의제인 플라스틱의 생산 단계를 협약에 어떻게 포함할지가 쟁점이다. 특히, 플라스틱 감축 방안을 두고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주장과 ‘재활용을 포함해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을 75%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초기 가입국이자 제5차 협상회의 개최국이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협약 협상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이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15일 제4차 정부간 협상회의 전에 발표한 장관급 공동성명을 통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강조하고 제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과 소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조항을 요구하며,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파리협정을 비롯한 기존 국제 환경협약의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그린피스·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자원순환사회연대 등 국내외 15개 시민사회 연대체인 풀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가 INC-5를 앞두고 관계부처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 재사용, 오염자 부담원칙 등을 포함해 협약의 주요 요소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질의한 결과 4개 관계부처(외교부·환경부·산업부·해수부) 모두 ‘외교적 전략 노출’을 이유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민사회·환경단체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산유국과 기타 방해국의 주장대로 단순히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관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국’이라는 이유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 기업의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 하기보다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협약 개최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우리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플라스틱 최대 생산국이자 산유국인 미국 조차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협약에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다수의 유엔 회원국이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감축에 동의하는 ‘부산으로 가는 길(Bridge to Busan: Declaration on Primary Plastic Polymers)’ 선언에 서명하고 있다.
한편, 그린피스가 발표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시민 10명 중 8명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