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출 차성주씨, 부산서 고모 5명 상봉
"살아 생전 아버님이 못다 푼 한을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불효자식인 제가 풀어 드리게 됐습니다."
27일 오전 9시45분께 부산 사하구 장림2동 벽산마마아파트 1동 603호는 온통 눈물바다였다.지난해 9월 홀로 예성강 하류에서 강화도로 헤엄쳐 북한을 탈출해 귀순,영도구에 살고있는 차성주씨(34)가 부산에서 살고 있는 차순애씨(62.여)등 고모 5명을 만난 이산가족 만남의 현장.
이들의 만남은 귀순후 남한의 친척을 찾아달라는 차씨의 하소연에 영도경찰서가 부친의 출생지인 전남 광주에서 호적을 추적,지난 18일 서울 등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삼촌 3명과 고모 5명을 찾아 먼저 고모들에 대해 상봉을 주선하게 된데 따른 것.
이날 순애씨 등은 처음보는 조카를 대하며 "6.25 당시 광주 서중학교 5학년에 다니다 학도병으로 전장에 나간 후 소식이 끊겨 죽은 줄 알았던 오빠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며 차씨의 얼굴을 부여잡고 울먹였다.
강원도(북한행정구역) 원산에서 철제일용품공장 설비지도원으로 일하다 굶주림이 싫어 북한을 탈출했다는 차씨가 남한의 친지들을 찾게 된 것은 지난 87년 돌아가신 부친의 유언에 따른 것.
차씨는 "지난 50년 한국전쟁때 납북된 부친은 북에서 40년 가까이 살면서 한시도 남한의 가족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셨다"며 아버지의 결혼식 사진을 고모들에게 보여주었다.순애씨는 "무엇보다 4년전 92세의 나이로 돌아가실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동네 개천에서 촛불과 정화수를 떠놓고 오빠의 안녕을 기원했던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지 못해 한"이라며 "다시는 헤어지지 말고 함께 살자"고 차씨의 손을 꼭잡았다. /임광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