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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계속되는 산불을 걱정한다
올해 들어 발생한 대형 산불에 속이 타들어 간다. 피해 지역의 주민들을 생각하면 정말 그 참담함을 무슨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가슴이 먹먹하다. 날이 갈수록 기상 이변이 극심해지고 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실화의 다발적 발생 등 산불 발생의 빈도와 피해 상황이 점점 커지고 산불이 나면 엄청나게 대형화되니 발생 지역은 거의 초토화가 된다. 산과 인접한 지역이 당연히 피해가 클 수밖에 없으며 주로 농가, 어촌, 임업 등에 종사하는 고령층과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다.
전 국토의 70%가 산지인 대한민국의 산림 정책이 그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국토개발계획이 난개발의 원인이며 산, 강, 바다 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산치수가 되어야 자연을 최대한 유지하는 기조가 가능하다. 개발을 제한하는 그린벨트 지정, 군사상 목적으로 제한구역 설정은 실제 국토 활용의 효율성 면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 많은 임야에 대한 개발 계획과 유사시 대응 매뉴얼, 활용 방안에 대해 국가는 과연 무슨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지 이번 산불 장기화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이 든다. 가뭄과 홍수, 불규칙한 기온 변화 등 예견할 수 없이 돌발적인 기후 변화가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나무를 심으면 이후에도 관리가 수반되어야 숲이 제대로 형성되기에 식목과 육림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병충해 구제, 천재지변 대처, 간벌 등 체계적인 산림관리를 위해 산림청이 적극 나서야 하며 임업 국가들의 정책과 사업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건의한다.
나무의 종류는 재목이 되는 것,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하는지, 생태계 교란종은 아닌지, 병충해에 강한지 등등을 고려해서 나무를 심어야 한다. 간벌 작업, 재선충 제거용으로 잘려진 나무를 그대로 쌓아 두어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여 산불이 대형화되는 원인이 된다.
임업을 수익사업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의 모색도 절실하다. 유실수나 약초, 특용작물, 버섯류 등의 재배지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임야와 민가가 근접거리에 위치해 언제든지 산불의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이다. 산지 지형이 험준하지 않아 언제든지 입산이 가능한 점, 입산 허가제가 없어 국립공원을 제외한 산은 취사, 야영을 통제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도 문제이다.
산지의 임도와 관련해 안이한 행정과 산림정책도 개선돼야 한다. 임도 개설과 개간을 할 때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금 느리더라도 제대로 된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후손에게 물려줄 1번은 자연환경의 보존과 출산이어야 한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물려줄 수 있어야 국가가 유지할 가치를 지닌다. 덧붙여 인구 감소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 정책으로 국가의 존립이 가능하고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된다.
제대로 된 임업정책으로 자연 생태계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과학적 접근도 필요하다. 수천 년,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산림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는 산불의 진화를 위한 장비나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산불이 날 때마다 확인한다. 고랭지를 이용한 특용작물, 약초, 버섯류, 유실수 등의 계획적인 임업을 정책적으로 접근하려면 선결과제는 임도 건설이다. 소방시설의 현대화, 소방 인력의 전문화도 매우 시급한 과제이며 임도는 소방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건이다.
타버린 잿더미, 홍수가 쓸고 간 자리,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상처는 치유하는 데 더할 수 없는 고통과 노력을 감수해야 한다.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의 위험 요소들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 주기를 바란다. 또 내가 태어난 나라의 자연을 애써 보존하고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제대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학교에서도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이다.
2025-05-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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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 관세 전쟁 2.0, 한국은 응답자 아닌 제안자 돼야
1980년 당시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으로 인한 긴장, 이란 인질 사태로 인한 경제침체 등 대내외적인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때 대선에 나선 레이건은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이란 구호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후 트럼프는 2016년과 2024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다시 이 구호를 사용하였다. 다른 점은 레이건의 구호에서 Let’s를 빼고 보다 직접적이고 명령형 느낌을 살렸으며, 기업가답게 상표로 등록까지 했다는 것이다.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시작된 2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America First!’ 미국 우선주의다.
지난 1월 20일, 그는 취임 연설에서 “외국을 세금으로 부유하게 하지 않겠다”며 전면적인 관세 전쟁을 예고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사이, 우리는 실체 없는 숫자의 압박을 실감하고 있다. 협상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앵커링(Anchoring)' 전략이다. 그것도 세기적 선점효과를 위한 빅 앵커링이다. 말 그대로 근거 없는 과도한 숫자(허수)를 제시해 협상의 출발점을 지배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전략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한국은 이제 반응형 협상가인 ‘응답자’에서 설계형 협상가인 ‘제안자’로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문제를 재정의하고, 협상의 의제를 새롭게 설정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이 아닌 비전을 중심에 두고 미국의 불안이나 트럼프의 자존심과 욕구, 미국민의 가치 등을 파악해서 자극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첫 번째 전략은 '리프레이밍(Reframing)'이다.
미국은 한국의 무역흑자를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무역수지라기보다는 미국의 기술안보 불안이다. 반도체, 배터리, 방산부품 등 미국이 생존을 위해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의 핵심을 우리가 쥐고 있다. 무역문제를 경제안보로 리프레임하고, 협상 의제를 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 전략은 '리패키징(Repackaging)'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수리·해군 정비 기술을 갖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단 한 척의 항모도 수리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를 단순한 산업 부문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유지시키는 핵심 공공재로 포장할 수 있다. ‘한국의 기술이 없다면, 태평양을 지킬 수 없다’는 논리로, ‘전통 우방 한국의 기술력이 전통 우방 미국의 군사력과 함께 한다면, 인도 태평양은 우리의 활동 무대가 된다’라는 재포장이 가능하다. 아니 ‘미국의 도움으로 이만큼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되었으니, 이젠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선에 도움을 줘 보답할 기회를 주기 바란다’라고 과대포장도 가능하다.
세 번째 전략은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다.
이제는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새로운 판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예를 들어 한미 해군 공동 정비 센터 구축, 미국산 LNG 도입 확대와 한국산 에너지 시스템 연계 등을 포함한 협상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이익의 교환 구조를 우리가 설계해야 한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마샬 군도를 보자.
이 나라는 미국과 자유연합협정(COFA)을 체결해 군사적 전략 요충지로서의 가치를 활용하고,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 국토는 작지만, 전략은 크다. 마샬 군도의 협상력은 국력의 함수가 아니다. 이는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2.0의 관세 전략은 단순한 보호무역이 아닌 전략적 협상의 포석이다. 우리가 이 게임에 응답자로 참여하면 손해는 필연이다. 이제는 게임의 규칙을 재설정하는 ‘제안자’가 되어야 한다. 협상은 숫자 싸움이 아니라 프레임 싸움이다. 우리가 먼저 문제를 재설정하고, 이익의 구조를 새롭게 짜고, 제안의 방향을 주도할 때 비로소 진짜 협상이 시작된다.
2025-05-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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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콜렉티브 임펙트로 청년과 함께 여는 산림 르네상스
대한민국 산림은 세계적인 치산녹화 성공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산은 여전히 등산로나 휴식 공간으로 익숙할 뿐, 그 무한한 잠재력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낡은 관념을 넘어, 산림자원의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사회적 산림’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보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산림을 활용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접근이다.
최근 잇따른 산불 사태는 이러한 산림의 소중함과 체계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으며, 그 변화는 지역 사회에서도 감지된다. 특히, 부산의 사회혁신 분야에서는 미래 산림산업을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의미있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역의 사회혁신 기관들이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의 협업으로 ‘청년 산림인재 육성을 위한 지원사업’을 운영하게 되며, 마침 5월에는 한국산림행정학회(회장 허용훈, 부경대교수)도 부산에서 개최된다.
세계적으로는 탄소중립, ESG, 생물다양성 등이 이미 글로벌 아젠더가 돼 산림의 가치가 증대되고 있다. 정부도 6차 산림기본계획을 통해 산림산업을 연평균 3%이상 성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풍부한 산림자원을 자랑하는 기장군을 비롯하여 인접한 울산, 경남 지역과 산림 생태계 및 산업적 측면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광역적인 협력을 통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산림경영은 다양한 형태로 적용될 수 있으며 그 파급효과도 크다. 이와 같이 지역의 산림은 사회적 산림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치유, 복지, 관광, 교육,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 융합될 수 있는 산림 컨텐츠의 개발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의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전문가나 소프트웨어를 운영할 수 있는 인재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제 대학, 기업, 비영리재단, 사회혁신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산림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하여 지속적인 사회변화를 만들어가는 전략적 접근 방식인 ‘콜렉티브 임펙트(Collective Impact)가 필요하다. 인재양성이라는 먼 길을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은 단순한 자연공간이 아닌, 부산과 동남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산림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창출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산림 르네상스를 위해서는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이 필수적이다. 스마트 임업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산림 관리,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새로운 산림 서비스 개발 등 청년들의 참신한 시각은 부산 및 인접 지역 산림산업의 미래를 밝혀줄 것으로 확신한다.
잠재력은 깨우지 않으면 사장된다. 지역의 산림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당 10.2㎥에 불과했던 임목축적은 이제 170㎥을 넘어 20배가량 성장했다. 아직도 응답자의 75% 이상이 산림을 ’휴양과 레저 활동공간‘으로 인식하는 관념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올해의 산불과 같은 대재앙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산림은 혁신적으로 경영해야 할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다. 이제 일상으로 마주하는 산림자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때다.
2025-05-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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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러시아의 대표적 문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상징적인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이다’를 의역하면 행복한 가정은 부, 명예, 건강, 사랑, 배려 등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비슷해 보이고, 불행한 각 가정은 서로 다른 부족한 요소로 인해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놀랍게도 이는 사회적 구성물인 가족이든 자연의 물리적 체계이든 시스템의 안정성과 취약성에 대한 보편적 진실과 유사하여 안전하려면 안전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일반인에게 무질서도(無秩序度)로 알려져 있는 엔트로피(Entropy)는 우리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는 한 시스템은 무질서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화재 감지기, 스프링클러, 방화문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저하되어 정기적으로 유지 관리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시스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방시설의 정기적인 점검, 유지 관리 및 교육을 통해 시스템에 에너지를 주입하여 안전성이 저하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전기공학에서 시상수(Timeconstant)는 시스템이 변화에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를 결정한다. 느린 반응은 중요한 순간에 실패를 의미한다.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가 화재를 감지하여 작동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 이미 화재는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른다. 빠른 응답 속도와 높은 신뢰성을 가진 화재 감지 및 진압 시스템을 설치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엔트로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스템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화재 안전은 그것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건물을 지을 당시 화재 감지기, 스프링클러 설비, 방화문과 같은 화재 안전 성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스템은 저하되거나 오작동할 수 있다. 정기적인 유지 관리, 점검, 시스템 업데이트는 물론 근무자·입주자 등에 대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훈련으로 화재 안전 성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만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화재 상황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 능력이 약해져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시상수가 감소하여 우리 눈으로는 그 옛날 일상이었던 형광등의 깜박임을 지금은 볼 수 없듯이, 화재 안전 또한 일회성 설정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엔트로피에 대항하든, 시상수를 줄이든 화재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지속적인 헌신이 요구된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예방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돈 문제로 넘어가면 우리는 종종 이 말을 망각하고 구실을 잡아 관성에 따른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안전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2025-05-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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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관광도시 부산의 보석, 황령산을 빚자
관광도시 70년, 부산은 글로벌 관광 거점도시가 되고 있을까? 정부가 지정한 첫 번째 ‘국제 관광도시’가 된 후 5년이 지난 지금, 부산시는 핵심 정책으로 글로벌 관광 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는 마치 쓰나미가 밀려오듯 여기저기 불편한 소리가 들려온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자영업 위기, 청년 유출, 지역 불균형, 관광산업의 편중, 제조업 의존이 높은 산업 구조의 정체 등 어느 하나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의 딜레마처럼 어쩌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그 중 관광산업은 부산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 축이다.
부산은 한국전쟁 이후 대표 피서지가 되며 천혜의 자연을 이용한 전통적 관광도시가 되었다. 당연히 많은 관광객 덕에 자영업도 성업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은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염려와 불안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시 관광을 세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이유일 것이다.
수십 년의 대표 관광도시 명성을 위한 관광 특화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쉽게도 여전히 천혜의 자연경관에 기댄 계절형 관광산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8월을 중심으로 약 4개월 정도에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여름 한 철 특수에 가까운 관광객 방문은 글로벌 관광 거점도시 정책에 따른 관광 특화의 결과라 하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글로벌의 다른 관광 도시들은 이미 사계절 관광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또 다른 관광자원들을 융합하고 있다.
주야간 관광객이 즐기는 사계절 관광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천혜의 자연경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즐거움, 추억, 경험 등의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람의 흔적이 깃들어 있는 문화형 콘텐츠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탈것, 만들 것, 경험 등이 중심인 체험형과 들을 것, 볼 것, 느낄 것 등이 중심인 문화형이 어우러져 복합적으로 관광자원이 풍부하다면 관광객이 밤과 낮 구분 없이 사계절 부산을 찾아 즐길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산은 천혜의 자연경관에 의존하는 계절형 관광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은 그대로 보존할 때 빛나는 것이 있고 개발을 통해 그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이 있다. 대표적으로 해상 케이블카, 해변열차, 광안대교 등은 자연경관을 활용하여 그 가치를 높인 관광자원을 개발한 좋은 사례일 것이다. 아쉬운 점은 부산의 대표적인 체험형·문화형 관광 콘텐츠가 이처럼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이다.
최근 유명 미술관을 부산에 유치하고자 하는 것과 황령산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등의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천혜의 자연경관을 잘 활용하여 그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황령산 개발은 체험형과 문화형 관광 콘텐츠를 동시에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시가 10년도 넘는 시간을 공들여 엄중히 검토하였다 한다. 세계적인 도시 어디에나 있는 ‘타워’ 하나가 제대로 없는 글로벌 관광 거점도시는 없다. 이참에 세계적인 친환경 ‘부산타워’를 부산도 자랑스럽게 가질 필요가 있겠다.
좋은 관광자원의 개발은 세계 곳곳으로부터 관광객을 불러들여 파생되는 경제효과도 크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관광 거점도시의 명성에 맞게 손님을 맞을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부산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에 체험형과 문화형 관광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 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황령산이 부산의 중심에서 많은 것을 지켜왔듯이 이제는 황령산이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의 친환경 관광자원의 중심이 될 필요가 있겠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 부산의 보석인 황령산을 더욱 아름답게 빚을 때가 된 것이다.
2025-05-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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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다숲, 그리고 바다식목일
1960~1970년대 우리의 산림은 대부분 헐벗은 민둥산이었다. 그 시절 우리에게 숲의 조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 과제였다. 이에 정부는 식목일을 지정해 대대적인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했으며, 이제 세계는 한국의 산림 녹화를 ‘가장 성공적인 환경 복원 사례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삼림 복원에 대한 성공 경험은 기후위기의 초입에서 우리에게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육상에서 시작된 현세의 기후변화는 육지의 수용력을 넘어 마침내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우리 바다는 해수온 상승과 해양오염 등의 원인으로 ‘바다 사막화’라 불리는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어 수산업의 근간이 되는 저서 생태계가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바다는 무한정 자원을 제공해주는 공간이 아니며, 인간 활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생태계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연안의 갯녹음은 전체 조사 암반 면적 428.44㎢의 37.13%에 해당하는 159.07㎢의 암반에서 갯녹음이 확인되었고, 해역별로는 동해 49.26.%, 서해 8.20%, 남해 17.61%, 제주 39.02%가 갯녹음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물속이라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기후의 가장 중요한 조절자인 바다의 훼손에 이제는 주목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첫 바다숲 사업을 시작했고 2012년에 세계 최초로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하고 바다에 잘피·미역·다시마 등과 같이 생태계 복원에 매우 기초적인 해초·해조류를 심는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어업관리정책의 대전환, 즉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관리’라는 흐름 속에 존재한다.
바다숲 조성을 시작한 이후,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국 2700여 개소, 여의도 면적의 약 120배에 이르는 347.2㎢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해 왔으며 그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4년 사업지 17개소 조사 결과, 해당 지역에서 사업이 시작된 2021년 대비 해조류 생체량은 106.5%, 종다양성은 43.7% 증가하고 갯녹음은 52.6%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어업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어촌 경제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바다숲은 단순한 생태 복원을 넘어 연간 약 11.7만 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해양 블루카본 생태계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약 1772만 그루가 흡수하는 탄소량과 유사한 규모다. 해조류는 단위 면적당 탄소 흡수력이 육상 식물보다 평균 10~50배 높으며, 생장 속도도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바다숲은 해양생태계 복원과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들도 바다숲의 가치에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수산자원 예측, 해양환경 빅데이터 기반 생태정보 구축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바다숲 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바다식목일에 심는 해조류 한 개체도 이처럼 분석과 계획에 기반한 생태 복원 전략의 결과물이다. 첨단 기술과 자연 회복력이 만나 바다를 되살리는 희망의 프로젝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바다숲과 바다식목일은 이제 기후위기와 연안 환경오염, 해양생태계 훼손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고 국제적으로도 바닷속 공간에서 새로운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되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다숲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해양생태계 회복 능력을 강화하여 건강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여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5월 10일 바다식목일을 맞이해 전국적으로 바다숲과 관련된 전시 및 체험 행사가 개최된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 바다숲의 중요성과 기능에 대해서 국민적 관심이 고취되기를 기원한다.
2025-05-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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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분의 기적’ 심폐소생술, 어디까지 도달했을까
심장이 멈춘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4분은 찰나의 시간이지만 생사의 기로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이 된다. 급성 심장정지는 한 해 3만 건이 넘어서고 있으며 그중에서 병원 밖인 가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 가족에 의해 심장 정지 상태를 발견하게 된 경우도 많았다. 그러므로 가족이 심장정지로 쓰러졌을 때 이 4분의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반인인 당신의 적극적인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이 간절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응급 상황 발생 시 심폐소생술 방법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등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은 현재 다양한 기관, 매체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점차 증가하여 최근에는 30%에 육박하고 있으니 이는 우리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이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에 의한 심폐소생술은 왜 중요한 것일까? 일반인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를 비교해 본다면 일반인에 의한 심폐소생술 시 생존율이 1.7배 높게 나타났다. 그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뇌 기능 회복률이 2.3배 격차를 보인다는 부분이다. 이는 심폐소생술은 단순히 생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생존 후 삶의 질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전국적으로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 상승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지역별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 격차는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부산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8대 특별·광역시 중 최고치를 달하여 다른 지역에 비해 급성 심장정지 환자 발생 비율이 전국적으로 상위권에 있으나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전국 하위권에 속해 있으므로 이를 타파할 구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넘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심폐소생술 교육 및 연령별 맞춤형 심폐소생술 교육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고 볼 수 있다. 심폐소생술과 더불어 환자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심장충격기의 경우 사람이 붐비는 곳에 설치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의 경우 최근 도시철도에도 1~4호선 모든 역사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용객이 많은 곳은 여러 대를 설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심장 정지 환자의 생존율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발판 삼아 계절별, 시간대별 심장정지 패턴을 분석하여 여름철 해수욕장, 가을 등산로 입구 등 야외 활동이 많은 장소에 방수, 방진 기능이 강화된 자동심장충격기를 확대 설치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겨울철 노인 밀집 지역에 대한 맞춤형 대응 전략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해양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수상 안전, 익수자 구조과 관련된 실제 상황과 유사한 시뮬레이션 교육을 같이 시행하여 외상에 대비하고 심장 정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인 교육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부산의 특성과 인구를 고려한 맞춤형 심폐소생술 교육은 단순히 통계적 수치 향상을 넘어서 실질적인 생존율 증가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 내 가족을 구하는 일, 그 소중한 4분을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4분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심폐소생술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기술이 되었다. 심폐소생술은 특별한 누군가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배우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하는 생명 구하기의 첫걸음이라는 인식으로 주저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 그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2025-05-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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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해 해양자원 안보 ‘빨간불’
중국 ‘션란’(深蓝) 양식장이 던지는 경고, 한국 해양 전략은 준비돼 있는가. 중국이 서해 한중공동관리수역 내에 설치한 수상 구조물 ‘션란’ 2호기는 단순한 수산 양식시설이 아니다. 이는 국제법과 국제 해양 질서를 정면으로 시험하려는 전략적 도발이다. 션란은 외형적으로는 민간 어업시설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해양 패권을 겨냥한 중국의 의도가 내재돼 있다. 이는 한국의 해양 주권과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정부의 정확한 판단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첫째, 국제법적으로 이 구조물은 한중어업협정 위반의 소지가 크다. 협정상 공동관리수역인 ‘잠정조치수역’에서는 어느 한 국가도 일방적으로 해양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모든 어업 행위와 설치는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션란 2호기는 직경 70m, 높이 71m에 달하는 고정형 구조물로서, 단순한 양식장을 넘어 사실상 해양 점유를 의도한 구조물이다.
둘째, 환경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2018년 완공된 1호기가 연어 30만 마리를 양식하는 과정에서 이미 해양 오염 문제가 논란이 되었으며, 이번 2호기의 경우 규모가 2배 이상 커져 그 위험은 배가된다. 양식에 사용되는 사료, 항생제, 폐사 어류 등이 다량으로 서해로 유입될 경우, 13만㎡ 규모의 서해 냉수대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파괴될 수 있다.
셋째, 더 큰 문제는 정책적·전략적 차원이다. 중국은 션란 양식장을 ‘국가심해 양식시범구역’으로 지정하며, 민간 어업을 가장한 해양 진출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기지로 전환한 전략과 흡사하다. 이번에도 서해를 자국의 내해로 만들기 위한 ‘내해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 해군은 이미 동경 124도까지 작전 지역을 확대했고, 100회가 넘는 활동을 통해 한국 해군의 동경 123도 작전 라인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한국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중국의 자동화 설비 기반 해양 구조물에 맞설 기술력과 외교 협상 카드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는 범부처 차원의 위기 대응 로드맵도 부재한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특히 해양도시 부산은 국제 해양 협력의 중심 도시로서 해양 주권 수호와 지속가능한 해양자원 관리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부산시는 해양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지역 해양 연구기관과 대학을 활용한 첨단 기술 개발, 국제 해양포럼 개최 등을 통해 지방정부 차원의 능동적 대응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와 협력하여 한중 어업 협정 재협상에 필요한 구체적 자료 제공 및 정책적 건의를 통해 전략적 대응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션란은 양식장이 아니다. 그것은 신형 해양기지이며, 해양 안보와 주권을 겨냥한 전략적 무기다. 한국은 이제 해양 정책을 단순한 자원관리나 환경 보호 차원에서가 아니라 국제법, 외교, 안보를 포괄하는 ‘국가 해양 전략’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경 대응이 아닌 정교하고 통합된 전략이다. 서해는 더 이상 경계선이 아니라, 국가 경쟁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
2025-04-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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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말’이 아닌 ‘액션플랜’ 필요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말’이 아닌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정치 공약이 아닌, 부산 미래 전략이다. 부산은 대한민국 최대의 항만도시이자 해양수산산업의 중심지임에도, 정작 해양수산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는 여전히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수사로 활용됐을 뿐, 실행 계획 없이 공허한 말의 공약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말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단순한 중앙부처 이전을 넘어, 부산의 미래 전략과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부산 지역 교수·연구자 100여 명은 지난 23일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을 지지하는 환영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 세계 해양 선진도시들을 살펴보면, 항만과 해양산업의 현장 중심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관련 중앙 부처 및 공공기관들이 해당 지역에 위치해 있다. 싱가포르는 해양항만청(MPA)이 항만과 연계된 지역에 있어 실시간 정책 수립과 집행이 가능하고, 네덜란드 로테르담 역시 국가 해운물류정책이 현장에서 직접 설계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이전이 아닌, 도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배치다.
부산 역시 글로벌 허브 및 항만도시를 지향한다면, 해양정책 컨트롤타워인 해수부의 이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글로벌 8위 해운선사(컨테이너선 선복량 기준)이자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은 우리나라 해운 산업의 중추다. 현재 HMM의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이며, 산업은행 또한 부산 이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해수부와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HMM 본사의 부산 유치도 실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때 외국 항만도시의 사례처럼 ‘시민주’(Citizen Shares) 모델을 도입해, 부산 시민이 HMM에 직접 참여하고 소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다면, 해운도시 부산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과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본사 이전을 넘어, 지역 주도형 해운산업 생태계 구축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부산이 다시 한 번 동북아 물류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항공과 해운을 결합한 트라이포트(Tri-Port) 전략은 미래 산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의 정책결정 구조가 부산 중심으로 옮겨와야 한다.
해수부 이전은 특정 정권이나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부산의 장기 발전 전략이자 국가 물류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으로 가는 로드맵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북극항로 개척,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HMM 본사 부산 이전 등이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통과의 선순환을 가져와야 한다.
글로벌 항만도시에는 해운선사 본사가 위치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계 2위 항만인 싱가포르는 PSA 인터내셔널과 해운기업 PIL(Pacific International Lines)의 본사가 위치해 있어 해양정책과(한국의 해양수산부) 물류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홍콩 역시 COSCO Shipping, OOCL(Orient Overseas Container Line) 등 글로벌 선사의 전략 거점이며, 상하이에는 China COSCO Shipping Corporation이 본사를 두고 있어 항만과 해운정책이 현장에서 연계되는 구조이다.
이처럼 글로벌 항만도시들은 해운선사 본사가 항만과 인접할 때 물류·행정·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부산 역시 유사한 전략적 통합이 시급한 상황이다. 2024년 기준 매출 11조 원 규모의 HMM 본사가 부산에 유치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해양수도 항만도시라고 할 수 있다.
부산에 HMM이 뿌리를 내린다면, 단지 본사 이전을 넘어 해양금융·물류·산업이 융합된 명실상부한 글로벌 허브 및 해양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4-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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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승리의 기운이 지역에 활력소가 되길
부산 시민의 야구에 대한 애정이 워낙 크다 보니 흔히 부산을 야구도시, ‘야도’라 부른다. 그래서 롯데 자이언츠 야구는 부산에서 낭만과 추억의 대명사다. 1980년대 식당과 대합실, 택시 안에서도 팬들은 야구에 울고 웃었다. 그 시절 롯데 야구는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이었고 우승도 선사했으며 그래서 그런지 지역 경기도 호시절이었다.
희로애락이 담긴 롯데 야구가 오랜 기간 침체되고 있다. 우승은커녕 가을야구를 한 지도 까마득하다. 그러다 보니 롯데 야구를 응원하는 부산은행의 ‘가을야구정기예적금’마저 고객들의 비난을 받아 급기야 올해부터 ‘롯데자이언츠 승리기원예적금’으로 상품명까지 바꿨다. 지역금융의 수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런데다 그룹의 BNK썸 여자 프로농구단도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해 팬들과 시민들께 송구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꽤 상했다. 야구를 비롯한 타 종목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남다른 각오로 이번 시즌을 임했다. 우승은 아니더라도 ‘지역의 자존심을 세우자’는 마음으로 감독과 선수단도 자주 격려하고 구단 차원의 지원도 늘렸다.
그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BNK썸이 기어이 일을 냈다. 강력한 경기력으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더니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정규시즌 준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파죽의 3연승으로 우리은행을 꺾고 창단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작년 꼴찌라는 아픔을 딛고 매 경기 시원하고 파이팅 넘치는 경기력은 물론 악착 같은 플레이로 일궈낸 우승이라 더 드라마틱했다.
언니 리더십, 여성 사령탑 첫 우승, 지역 연고팀 첫 홈 우승 등 여러 뒷이야기도 남겼다. 구단의 지원,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도 우승의 밑바탕이었다. 상대팀 감독은 “얘를 막으면 쟤가 터지고, 쟤를 막으면 얘가 터지더라”며 BNK 선수들의 탄탄한 개인기와 강한 팀워크를 패인으로 분석했다. 결국 감독과 선수들의 유기적인 소통과 단합,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의 농구 팬과 시민 여러분의 하나된 응원이 승리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지역에도 승리의 기운이 절실하다. 경기침체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절망, 전국 최고 저출생 지역을 등지려는 청년과 기업,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는 물론 최근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 여파까지 덮쳤다. 긍정적 지표라고는 찾기 힘들다. 지역의 어려움에 적극 공감하고 강한 연대와 팀워크가 필요한 시기다.
BNK썸 우승이 팬들과 지역에 작은 기쁨이 되었다면, BNK는 지역에 ‘승리의 기운’을 전하고자 한다. BNK는 지난달 창립 14주년 기념행사를 대신해 전통시장을 찾아 상품 구매와 착한 선결제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경청했다. 부산은행은 부산시가 추진하는 ‘부산 신발 한켤레 사기’ 캠페인에 노사가 한마음으로 동참해 지역 신발산업 부흥도 응원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긴급구호대는 지난달 경남 산불 피해 지역을 찾아 복구작업을 도왔다. BNK가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지역과의 팀워크와 원팀정신이 절실한 시기라는 생각에서다.
나비의 날개 짓이 날씨를 바꾸듯, 작은 기운이 때론 위대한 결과를 가져온다. 배려와 격려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BNK썸이 쏘아 올린 작은 ‘승리의 기운’이 위안과 활력소가 돼 지역에 긍정적 ‘나비효과’를 불러오길 기대해 본다.
사직체육관에 우승 축포가 터지고 전설적인 락밴드 ‘퀸’의 ‘We are the Champions’가 흘러나왔다. 최근 상승세를 탄 롯데자이언츠를 포함 지역의 다른 스포츠 구단에게도 챔피언의 기운이 전해지길 응원한다. 기업은 물론 지역사회 곳곳으로 승리의 기운이 퍼져 낭만과 추억이 서린 그 시절 야도 부산의 명성을 되찾길 희망한다. 필자와 BNK 역시 지역을 가슴 설레게 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늘 고민할 생각이다. BNK의 비전인 ‘세상을 가슴뛰게 하는 금융’처럼!
2025-04-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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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인형 이동장치, 올바른 이용 문화·법규 준수 필요
도시 인구 증가와 함께 교통 문제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대중교통과 자동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은 이미 과부하 상태에 이르러,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이동 수단에 대한 요구가 커짐에 따라 자동차보다 주정차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에너지 저장 효율이 크게 향상되었고, 이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의 성능과 주행거리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친환경적이고 접근성이 우수하여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자동차에 비해 구매 비용이 낮고 공유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경제적 이점 덕분에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증가와 더불어 교통사고 발생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사고는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개인형 이동장치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의 정확한 이해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시속 25km 제한 및 차체 중량 30kg 미만의 장치로서, 행정안전부령에 따라 안전 확인 신고가 된 장치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전동킥보드, 전동이륜평행차,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이는 자전거 등이 포함된다. 전기자전거를 구동 방식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스로틀(Throttle) 방식과 파스(Pedal Assist System)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로틀 방식의 전기자전거는 개인형 이동장치에 해당하지만 파스 방식의 전기자전거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용자는 아래와 같이 올바른 방식별 적용법규 숙지를 통한 안전한 이용이 요구된다.
첫째 법적으로 스로틀 방식의 전기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로, 파스 방식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기자전거'로 분류되며, 두 방식이 혼합된 경우에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취급된다. 둘째,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행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만 16세 이상 취득 가능)가 필요하며, 무면허 운행 시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최근 미성년자들이 부모나 친구의 면허를 도용해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셋째, 개인형 이동장치의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현행법상 자동차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적용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면 면허 정지, 0.08% 이상이면 면허 취소이며, 음주운전 적발 시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넷째, 전동킥보드 및 전동이륜평행차의 승차정원은 1명이며, 2인 이상 탑승 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다섯째,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중 상해사고 후 도주하는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적용되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여섯째, 개인형 이동장치의 불법 주정차 문제는 보행자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다. 도시의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횡단보도, 보도, 산책로, 지하철 진출입로 등에서는 주정차를 피하고 정해진 주차구역 내에 주차해야 한다.
이처럼 개인형 이동장치의 보급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관련 법규 정비와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교통법규 준수뿐만 아니라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며, 운전자와 보행자의 상호 배려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요구된다.
2025-04-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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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름다운 길
출근길에 만나는 부산 좌수영로는 운전자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하루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운 길이라 생각된다. 좌수영로의 도로 구조는 시내 유사한 도로와 차이가 없겠지만, 중앙분리대의 느티나무가 갖는 아름다운 수형과 하부를 구성하는 꽃댕강나무와의 조화로움, 충분히 넓은 보도와 병열 벚꽃나무의 풍성함이 도로 조경의 극치를 이루는 것 같아 부산 시민으로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있다. 더구나 현재 공사 중인 휴먼브릿지 사업은 해운대구와 수영구를 잇는 보행전용다리 건설공사로 광안대교에 이은 부산의 명물 교량이 될 것이다. 내년 1월 준공되면 수영사적공원, 수영팔도시장, 영화의전당, 비콘그라운드가 도보로 연결되는 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80% 이상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처럼 제한된 도시 공간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산다는 것은 최소 생활기반 조성과 교통, 공해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행태 면에서도 부정적인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도시의 상징인 고층 빌딩은 건물이 점차 높아져 하늘이 좁아지는 느낌으로 사람 살기에 결코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없다. 해운대 어귀 삼거리를 지나며 느끼는 고층빌딩의 위압감은 자연친화적 도시 설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도시의 아름다움이란 주로 이러한 도시 경관의 질에 대한 표현이며 이러한 질을 결정하는 것은 이를 구성하고 있는 제반 요소들 사이의 상호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도로 경관은 그 도시의 가치를 부여하고 판단하는 척도가 되며 도시의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로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는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도로와 건축물을 비롯한 구조물, 가로수, 간판, 각종 가로시설물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도시 공간에서 각각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능적인 면을 충족시켜야할 뿐 아니라 다중의 시민이 이용하는 공적 공간이기 때문에 미적인 면에서도 충실하여야 한다.
김해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공항로의 경우 조성 초기에는 넓은 개방감과 함께 아기자기한 조경 식재가 부산 방문객에게 선진 도시의 이미지를 주었다면 현재는 정체되어 가는 도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부조화로움을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부산이 고령화 도시로 접어들었다 하는데 도시 환경마저 고령화된다면 살기 좋은 도시 부산은 꿈만 꾸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름다운 길은 시민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취시킨다.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가로 공간은 시민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아름다운 길은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을 고려한 설계가 반영되어야 하고 세월의 연륜이 켜켜히 쌓여 시민의 삶이 녹아들어야 한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시민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길이 되어야 한다. 구남로, 광안해변로 같은 아름다운 길은 시민의 삶에 심오한 영향을 미치며 건강한 사회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볼품없이 늙어가는 시내 도로 경관이 시민들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길로 점차 재생되어지길 기원한다.
2025-04-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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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고령 사회와 제로섬 사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기후의 급격한 변화, 경기침체와 고물가, 정치의 극한 대립, 저출산과 고령화, 세계적인 국지전의 발발 등의 난제들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회원국 중에서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2024년 11월 말 19.91%에 도달하여 2025년 지금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고령화 사회가 된 이유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영양과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보건과 의료 기술이 발전해서 사회적으로 기대 수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첫째, 생산가능 인구(만 15~64세 인구)의 감소로 생산 능력이 떨어지므로 생산량 증가, 즉 경제성장이 저해되어 고용이 줄고 실업자가 늘어나 한 나라의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둘째, 인구가 급감함으로써 소비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 감축으로 연결되어, 이는 생산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어렵게 한다. 이는 다시 고용 감소와 실업자 증가로 이어져 장기 침체의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세금 징수도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한 나라 경제의 장기 침체와 급격한 국가 부채 증가는 물론 국가의 존립 자체도 위협받게 된다. 이러한 장기적인 문제 해결에 앞서 당장 시급한 것은 노인들을 위한 비용의 급증으로 인해 국가 재정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살면서 자주 듣는 얘기 중에 인생에 공짜는 없다고들 한다. 또한 경제학 이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론이 있다. 제로섬 게임이란 게임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들의 점수를 전부 합하면 반드시 제로(0)가 되는 게임이다. 제로섬 사회에서는 일정한 자원이나 부의 총량에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량의 자원이나 부를 투입할 경우에 다른 분야에서 그 양을 보충해 넣어야 총량이 이전과 같이 동일하게 되는 사회를 말한다. 이를 앞의 내용과 결부시킨다면, 노인들을 위한 비용의 일부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비용으로 지불되지만, 결국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게 되고, 이들 비용은 현재의 젊은 세대와 미래의 세대에게 부담이며, 제로섬 게임에 의하면 거의 다음 세대가 지금의 짐을 짊어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무엇보다 급선무는 정부가 현재의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나 75세로 하루속히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엄청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여 국가 재정의 부담은 물론 많은 세금으로 귀착될 것이다.
여기서 지금 젊은 세대나 노인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첫째,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급되는 지원금은 제로섬 게임이론에 따라 그냥 공짜가 아니며, 누군가가 반드시 그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에 대해, 특히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이 반드시 떠안게 될 비용을 생각하여 자신들의 견해를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피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젊은 세대도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년기의 대비를 미리 철저히 하여야 한다. 셋째, 노인들의 경우도 지금이라도 알뜰한 생활로 공짜의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 자기 인생은 본인이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 국가나 지자체의 단체장들의 경우도 자기 돈이 아니라고 선심으로 자신의 인기나 다음 당선을 위해 무작정 뿌리는 지원금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재정이 적자이지만 실로 지원이 필요한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폭설, 폭우 등의 자연재해나 불의의 대형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에 긴급 지원 등으로 인한 정부 지출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전 국민 대상의 지원은 재고되어야 함은 물론, 노년 기준의 상향 조정과 함께 우리 모두가 스스로 노년기를 위한 대비를 미리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2025-04-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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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미일 연합전선 형성, 다시 생각한다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쉽게 말한다. 역사를 가볍게 받아들일 경우 그렇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를 좀 심각하게 본다면, 그것이 동일한 궤도에서 되풀이되지 않을 뿐이다. 역사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유동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인들은 8·15광복절을 전후한 역사 인식에서 여야 의원들 그리고 일부 지식인들 가운데서 너무 큰 간극을 보이고 있어서 심히 유감스럽다. 마치 한국인들이 오늘의 일본을 심히 두려워하는 일종의 ‘일본 포비아’(Japan phobia)에 잡혀 있는 듯하다.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고 있는데, 왜 일본에 대한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자부심을 갖지 못할까.
필자는 첫째로 일본과 대비되는 현실을 전략무기 체계에서 비교하고자 한다. 한국은 최근에 이르러서 재래식 전략무기 생산에서 세계 5~6위 지위를 점령했다. 예컨대 K-9자주포와 K-2 흑표전차 생산은 세계 무기 시장에서 그 성능의 우수성을 각각 인정받아 유럽시장에 수출되고 있다.
그리고 KF-16전투기(전자 교란능력 보유)는 초음속기로 그 우수성을 역시 인정받아 해외 수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KF-21전투기를 2026년까지 개발해 배치할 계획이다. 이 전투기는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다. 실전 배치를 할 때는 남북한은 물론 한일 간에도 비대칭무기로 작용할 것이다.
또 우리가 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무기는 천무 다연장로켓이다. 이 무기는 미국의 하이마스(Himars) 지대공 미사일보다 훨씬 기능적 우월성이 입증되었다. 천무는 6초에 12발, 그리고 하이마스는 44초에 6발을 발사한다. 천무는 호주 무기시장 경연에서 그 위력을 인정받았다. 결국 폴란드는 하이마스 대신 천무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우리의 자랑인 천궁-2 요격미사일은 미·중·러·이스라엘에 이어 5위로 보유하고 있다. 빈 살만 왕자는 “천궁-2를 통째로 구입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둘째, K컬처는 세계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세계인들이 쉽게 공유하고,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문화로 발전했다. 이 문화를 공존의 문화로 부를 수 있다. 따라서 K컬처는 전후 미국인들이 재즈와 팝송을 만들고, 이탈리아인들이 특유의 대중 가곡인 깐초네를 만들어 세계인을 매혹시킨 사례를 능가한다. 우리 문화가 세계에 명성을 펼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일본 포비아에 집착하는가.
셋째, 한국은 오늘날 핵무기를 제외하고 필요한 전략무기를 자체 제작, 보유하고 있다. 핵 보유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일찍이 NPT에 가입하고, IAEA 규정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 자체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서 국제평화를 존중하고, 동북아의 평화질서를 유지하는 평화수호 국가로 존재하려는 것이다.
끝으로, 한일 간 균형 있는 협력 의지가 필요하다. 전후 일본은 전수방위 체제에 엮여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해공군 기지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해 최혜국대우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 전수방위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
이 점은 아이러니한 현상이기도 하다. 한일 간 군사무기와 동북아 안보전략 분야에서 완전한 균형을 아닐지라도 상호 견제와 협력 관계를 갖추어 지역 평화를 위해 광범위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북중러의 굳어지고 있는 연합전선에 대비하는 자세다. 한미일 삼각연합 전선을 유지하면서 견고하게 다지는 3국 간 외교안보 진전에 대한 새로운 역사 인식이 절실하다. 이 정신이 역사 속으로 잊히지 않도록 협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3국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것이다.
2025-04-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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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AI시대 새 성장동력 준비해야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가장 거대한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불리는 인공지능(AI)은 눈부신 속도로 일상의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AI는 이미 인간의 지능과 학습 속도를 추월했고, 일상의 다양한 부분을 학습하며 자율주행, AI 비서부터 인간의 뇌를 본뜬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까지 전 영역에서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인공지능 연구기업 딥시크에서 몇가지 논란은 있지만 미국의 선도기업 오픈AI사가 내놓은 챗GPT보다 특정한 영역에서 성능이 우수하고, 적은 비용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로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그동안 첨단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게 한참은 뒤쳐져 있다고 여긴 중국이 글로벌 AI산업의 리더인 미국의 AI 반도체산업에 도전장을 내 밀었으니 말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창업자 량원펑은 베이징이나 상해의 명문대학이 아닌 항저우의 저장대에서 배출한 대학 친구 2명과 함께 하이-플라이어(high-flyer)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해 컴퓨터 트레이딩에 AI 딥러닝 기법을 적용한 인공지능 기업 딥시크를 창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유니트리를 비롯한 딥로보틱스, 브레인코 등 중국 첨단산업을 이끌고 있는 핵심 6개 기업이 지방도시인 저장성 항조우시를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슷한 환경의 부산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것 같다.
중국의 행정과 경제의 중심도시인 베이징으로부터 1600Km 이상 한참 떨어진 조용하고 아름다운 관광도시 항조우시에 위치한 저장대는 1998년 저장대, 항저우대, 저장농업대, 저장의과대학의 통합을 통해 다른 지역 대학이 중점을 두고 있던 기초학문은 접어두고 기업중심대학을 표방해 연구중심대학으로 새롭게 변화했다. 연구 생산성과 연구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및 외부 자금에 대한 조달과 배분 권한을 연구 책임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권한을 주고 흩어져 있는 지역의 연구소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전문 연구 단위로 통합해 2000년 이후 300개가 넘게 신생된 대학 벤처기업 및 개인벤처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배출한 석박사 등 고급 인력과 연구 과제가 크게 늘면서 국가급 및 성(省)급 연구소와 타 지역의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는 선순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해 베이징대나 칭화대와 견줄만한 중국 유수의 명문 대학으로 성장했다. 국가중점연구소만 12개, 성급 및 학내연구소도 70여 개에 이르며 벤처창업을 원하는 교수나 학생들은 대학 사이언스파크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소유도 자유롭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최근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한국 제2의 도시, 인구 재앙을 우려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도된 것처럼 20세기 무역의 중심지였던 부산은 산, 해변, 국제영화제 등 매력적인 정주환경과 자산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도시지만, 첨단반도체산업의 핵심 자원과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AI 산업은 응용 분야가 확대되고 여러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나타나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AI 서비스는 서비스 질의 향상과 함께 전력 소모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며 이를 위해 AI 칩 자체의 전력 소모를 줄이려는 노력과 더불어 이를 위한 신경망 소프트웨어 구조의 개발, 최근 양산 단계에 진입한 화합물 반도체를 활용한 고효율의 전력변환시스템의 개발도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첨단 AI 및 미래 반도체 분야에서 부산 지역에서 배출한 인재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산업-학계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다.
국내 어느 지역보다 정주여건이 뛰어난 살기좋은 부산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의 활성화에 뛰어들고 창업을 한 뒤 실패한더라도 두려움은 크지 않도록 국가와 지방정부가 과감한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2025-04-03 [0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