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공상과학이 현실이 된 순간, 혁신의 이면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 상상스퀘어
20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 속 허무맹랑한 대사로 치부됐던 ‘화성 이주’는 이제 지극히 현실적인 비즈니스가 됐다. 이 불가능해 보였던 변화의 한복판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있다. 단 한 대의 로켓도 발사하지 못해 존폐 위기에 몰렸던 스페이스X는 어떻게 1년에 100대의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괴물이 되었을까.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과학 저널리스트 에릭 버거는 신간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를 통해 이 거대한 도약 뒤에 숨겨진 ‘실패의 연대기’를 치밀하게 복원한다.
혁신의 핵심은 ‘재사용 로켓’이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기존 발사체의 관성을 깨고 로켓을 다시 지상에 착륙시키는 기술은 우주 산업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었다. 하지만 저자가 더 주목하는 것은 화려한 기술보다 그 뒤에 선 ‘사람’이다. 스페이스X의 혁신은 수천 명 엔지니어의 극한 노동 위에서 꽃피웠다. ‘스페이스X에서 일한다는 것은 곧 그곳에서 산다는 뜻’이었고, 주당 80시간 이상의 근무와 36시간 연속 작업은 일상이었다. 비현실적 목표를 위해 조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머스크의 리더십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으며, 혁신이 치러야 할 적나라한 대가를 보여준다.
로켓 폭발을 지켜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직원들의 투지부터 팰컨 헤비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재착륙 장면까지, 책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다. 머스크는 진부한 구시대의 우주 질서를 허물고 역동적인 새 시대를 열어젖혔다. 이제 우주는 더 이상 꿈꾸는 미래가 아니라 목격하는 현재다. 이 책은 한 기업의 도전기를 넘어, 인류가 다음 한계를 넘기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묵직한 통찰을 건넨다. 에릭 버거 지음/상상스퀘어/588쪽/2만 6000원.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