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치는 무형유산 ‘의령큰줄땡기기’
코로나·수해 피해에 지속 연기
최근 10년 간 두 차례만 진행
전승자 소수에 후세 양성 답보
“젊은 층 유도책, 전수관 건립”
경남 의령군 전통 민속놀이 ‘의령큰줄땡기기’ 행사가 1년 연기돼 2027년 열린다. 의령군민들이 2017년 진행된 ‘의령큰줄땡기기’에 참여해 큰 줄을 당기고 있는 모습. 의령군 제공
50년을 이어온 경남 의령군 전통 민속놀이 ‘의령큰줄땡기기’ 행사가 1년 연기돼 2027년 열린다. 의령군민들이 2017년 진행된 ‘의령큰줄땡기기’에 참여해 큰 줄을 당기고 있는 모습. 의령군 제공
경남 의령군 전통 민속놀이 ‘의령큰줄땡기기’ 행사가 1년 연기돼 2027년 열린다. 의령군민들이 2017년 진행된 ‘의령큰줄땡기기’에 참여해 큰 줄을 당기고 있는 모습. 의령군 제공
수백 년을 이어온 경남 의령군의 전통 민속놀이 ‘의령큰줄땡기기’가 악재가 겹치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 명맥을 잇기 위한 후세대 양성은 묘연해진 데다 전염병·자연재해 여파로 최근 10년간 행사가 단 두 차례 열리며 지역민까지 가물가물한 수준으로 입지가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14일 의령군 등에 따르면 올해 개최 계획이던 ‘의령큰줄땡기기’ 행사가 내년 4월로 연기됐다. 작년 발생한 극한 호우에 피해 복구에 행정력을 집중하기 위함이다. 의령큰줄땡기기는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한때 중단되기도 했지만 1957년부터 다시 추진돼 현재는 3년마다 개최한다.
하지만 2017년 행사 진행 후 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연기를 거듭해 2023년에야 열리게 됐다. 이어 올해 행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해 7월 중순 나흘간 451.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며 수해로 인해 또다시 1년 연기됐다. 지역 최대규모 행사가 최근 10년간 2번밖에 열리지 않아 지역에서도 다소 뒷전이 된 모양새다.
의령군민 30대 정 모 씨는 “생업이 바쁘다 보니 어느새 잊고 살았는데,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모여 줄을 꼬았던 오래전 기억은 남아 있다”며 “사실 무임금 노동인지라 젊은 세대에는 의무감보다는 거부감이 좀 크다”고 털어놨다.
의령큰줄땡기기는 경남도 무형유산 제20호로 지정됐으며, 2005년에는 길이 251m에 큰고둘레(줄 중앙부)가 5~6m, 무게 54.5t에 달하는 큰 줄을 만들어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이름을 올렸다.
큰 줄을 만들기 위해서는 볏짚 준비는 필수다. 통상 전년도 가을 추수철부터 챙긴 볏짚을 당해 2~3월에 마을마다 약 100m 작은 줄 제작에 들어간다. 작은 줄은 공터 등으로 옮겨 큰 줄로 엮는다.
이때 투입되는 볏짚은 통상 700동이다. 1동은 볏짚 1단을 100개 합친 양으로, 높이 1.5m 정도에 둘레는 어른 10명이 양손을 동그랗게 잡은 크기다. 그러나 작년 수해로 볏짚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의령큰줄땡기기 무형유산을 보존·전승하는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의령큰줄땡기기보존회 회원은 이미 초고령화된 지 오래다. 회원 약 100명이 십수 년째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70~80대로 파악된다. 무형유산을 전승한 이는 보유자·전승교육사 각 3명과 이수자 6명이 전부다.
보존회는 마을별 이장을 통해 주민들에게 큰줄땡기기의 역사와 의미 등을 알리면서 가입을 독려하곤 있으나 선뜻 동참하는 경우는 드물다. 명맥이 끊길 위기감에 당장 행·재정적인 지원을 강화해 젊은 층을 유도할 대책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와 달라진 풍토를 고려해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보존회는 또 의령큰줄땡기기 관련 전수관을 건립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의령큰줄땡기기보존회 정형규 회장은 “누구나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전수관을 조성해 큰줄땡기기 체험과 구경이 가능한 관광상품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지역민들에게는 또 무형이 아닌 유형의 문화 공간으로 각인되면서 지역의 자랑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