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할까 주저했더니 "까르르~" 젊은 웃음소리 거리에 가득 [전북 전주 한옥마을 체험]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우리나라 근대 주거문화 발달 과정 보여줘
한옥마을 변천사 알려면 역사관 꼭 들러야
한복 체험은 외국인 관광객들에 특히 인기
경기전내 조선 태조 어진 앞에선 숙연해져
빼어난 건축미 전동성당은 또 다른 볼거리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은 “한복은 입었을 때 더 이쁘게 보인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은 “한복은 입었을 때 더 이쁘게 보인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전북 전주시는 오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의 조화는 절묘하다. 시각과 미각의 조화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즐기는 전주는 고유의 멋과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일년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특히 도심 한옥마을 체험은 가장 한국적인 정취를 맛볼 수 있어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복 체험 가게. 한복 체험 가게.
한옥마을역사관. 한옥마을역사관.

■900여 채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 한옥촌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시 풍남동 일대에 900여 채의 한옥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 한옥촌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도심 한옥촌이다. 1910년 조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우리나라 근대 주거문화 발달과정의 중요한 공간이다. 특히 이곳에 가면 조선 태조의 초상화가 있는 경기전과 한옥마을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오목대 등 중요 문화재 20여 개와 각종 문화 시설을 만날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의 아침은 정갈했다. 시원한 아침 공기가 한옥의 마루와 기와를 감싸며 마치 과거로 돌아간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관광객들이 찾지 않은 이른 아침의 적막함이 편안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고요와 평온함은 한 무리의 관광객들로 깨졌다. 전세버스에서 내린 수십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한옥마을은 금세 활기로 가득했다. 어차피 평온함이 깨진 마당에 이들과 함께 한옥마을을 걸었다.

한옥마을을 걸으며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한복 체험관이다. 한옥마을 곳곳에 마련된 한복 체험관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종류도 다양했다. 한국 고유 의상인 한복에서부터 7080 추억의 교복, 개화기 경성 의복 등이 갖춰져 있어 골라 입는 재미가 있다. 입어 보지 못한 경성 의복에 눈길이 갔으나 용기를 내지 못했다.

젊은 층과 외국인들은 아름답고 화려한 한복에 관심이 많았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젊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복을 처음 입었다는 중국 여성 천지안(23) 씨는 “한복은 보는 것보다 입을 때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복을 입고 각종 문화시설을 방문하면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활짝 웃었다.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넘쳐 나면서 한옥마을은 더욱 활기찼다.

한옥마을을 둘러보기 전에 ‘전주 한옥마을역사관’을 방문하길 추천한다. 한옥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이곳은 한옥마을의 역사와 변천 과정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옛 창작예술공간의 한옥 2개 동을 리모델링해 2018년에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한옥마을의 역사를 연표 형식으로 정리해 한옥마을의 변천사를 알 수 있고, 내부에 설치된 사진과 모니터 등을 통해 한옥마을의 과거·현재 모습, 한옥마을에 얽힌 일화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전동성당. 전동성당.
어진박물관. 어진박물관.

■조선 태조 초상화가 있는 경기전과 전동성당

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경기전을 만날 수 있다.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연 태조의 초상화가 있는 곳으로, 국보 제317호인 어진(초상화)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낸다. 태종 10년(1410년) 지어진 경기전은 선조 30년(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됐으나 광해군 6년(1614년) 중건됐다. 경기전은 어느 누구든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하마비’, 붉은 색칠을 한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 그리고 어진을 모신 ‘정전’(보물 제1578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 봉안과 함께 전주사고(史庫)가 설치돼 있어 의미를 더한다. 정전 내부는 공사 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었지만, 단정하고 절제된 건축미가 인상적이었다.

정전을 왼쪽으로 두고 걷다 보면 우거진 수목들이 나타난다. 경기전의 또다른 매력이다. 경기전은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즐비하다. 마치 숲 속에 온 듯 하다. 이들은 경기전의 고풍스러운 모습과 어우러져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수목들은 지나면 어진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어진박물관은 태조 어진을 비롯해 현존하는 조선 왕조 초상화가 모셔진 곳이다. 조선왕조의 왕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왕이 행차할 때 사용했던 가마와 의장물, 왕의 의복과 관련 자료들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 마련된 체험 공간은 인기다. 얼굴인식 AI를 활용해 원하는 어진을 골라서 촬영하면 나만의 어진이 완성된다. QR 코드를 찍으면 핸드폰으로 전송돼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 외국인 관람객들이 자신의 어진을 만들며 신기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디지털 컬러링도 인기다. 태블릿에서 원하는 반차도(조선시대 국가 의례에서 관원·시위·의장·가마 등을 품계·신분에 따라 차례대로 배치한 그림) 캐릭터를 골라 색칠하면 벽면에 설치된 대형 파노라마 화면에 내가 만든 캐릭터가 등장해 움직인다. 역사와 전시,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경기전의 균형감이 돋보인다.

경기전을 나오면 맞은 편에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 온다. 전동성당이다. 낮은 건물들이 즐비한 한옥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전동성당은 조선시대 천주교도의 순교터에 세워졌다. 정조 15년(1791)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 순조 원년(1801)에 호남 첫 사도 유항검(아우구스티노)과 윤지헌(프란치스코) 등이 이곳에서 박해를 받고 죽어갔다. 이들의 순교의 뜻을 기리고자 1891년(고종 28)에 프랑스 보두네(Baudenet) 신부가 부지를 매입하고 1908년 성당 건립에 착수해 1914년 완공했다. 회색과 붉은색 벽돌을 이용해 지은 건물은 서울의 명동성당과 비슷하다. 전동성당은 초기 천주교 성당 중에서 매우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힌다.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혼합한 건물로 국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다. 아쉽게 성당 측 사정으로 내부는 들어가지 못했다.

■한옥에서의 하룻밤과 먹거리

한옥이 궁금해 하루밤을 묵었다. 겉모습이 아닌 속을 보고 느끼고 싶었다. 한옥의 지붕선이 아름다웠다. 지붕자락이 살짝 하늘로 향해 있어 미소 같다. 내부는 크게 안채와 사랑채로 나눠져 있다. 무엇보다 한옥의 특징은 요즘 볼 수 없는 온돌방이다. 방 밖의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아궁이 안쪽의 구들이 데워지는 원리다. 어릴 적 아궁이 화력에 못 이겨 장판이 시커멓게 타 버린 외할머니 댁이 생각났다. 온돌방의 따뜻함은 일상의 피로를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화끈했다. 한옥마을에는 한옥생활체험관이 따로 마련돼 있어 직접 온돌방 체험을 할 수 있다. 유기 그릇에 나오는 전통 한식도 추천한다.

한옥마을 야경도 볼 만하다. 해 질 녘 태조로를 밝히는 천사초롱과 한옥 담장을 비추는 조명들이 한옥의 정취를 한껏 더한다. 여유가 있다면 한옥마을 인근의 전라감영도 추천한다. 조선시대 교도소로 쓰였던 전라감영은 현재 화려한 야간 조명으로 새로은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전주 하면 비빔밥의 고장. 전통 비빔밥 한 그릇에 피로를 푼다. 전주 최초의 빵집에서 만든 수제 초코파이도 인기다. 길거리 음식점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징어 튀김과 만두집, 길거리 바게트 판매점 등은 SNS를 타고 유명세를 탄 지 오래다. 전주 한옥마을은 맛과 멋 모두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