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반쪽만 자며 500km 무착륙 비행…‘군함조’ 울산서 포착
비바람 타고 온 열대 희귀 미조(迷鳥)
다른 새 먹이 가로채는 ‘하늘의 약탈자’
울산 대왕암공원 앞바다에서 열대 희귀 바닷새인 군함조(왼쪽)가 갈매기 무리에 섞여 특유의 긴 날개와 제비꼬리를 뽐내며 비행하고 있다.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 제공
울산 앞바다를 지나가는 작업선 상공에서 갈매기 무리와 어울려 비행하는 군함조(중앙 가장 큰 새). 뇌의 절반만 잠드는 ‘반쪽 잠’ 비행을 하는 희귀 열대 조류로 울산에서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 제공
울산 앞바다에서 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희귀조류 ‘군함조’가 포착됐다.
22일 울산시에 따르면 군함조는 이달 7일 오후 2시께 동구 대왕암공원 앞바다에서 목격됐다. 울산지역 탐조단체인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가 탐조 활동 중 갈매기 무리에 섞여 비행하던 군함조를 발견해 사진으로 남겼다.
이번에 포착된 군함조는 사다새목 군함조과에 속하며, 검은색의 좁고 긴 날개와 제비꼬리 형태의 긴 꼬리가 특징이다. 수컷은 턱 밑에 붉은색 공기 주머니가 달려 있고, 암컷은 가슴에서 배까지 흰색을 띤다. 주로 태평양과 인도양 등 열대 해역에서 번식하며, 국내에서는 낙동강과 한강 하구 등지에서 길을 잃고 찾아오는 ‘미조’(迷鳥)로 희귀하게 기록되고 있다.
군함조라는 이름은 17~19세기 소형 군함이었던 ‘프리깃’(Frigate)에서 유래했다. 날렵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다른 새의 먹이를 가로채는 모습이 군함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군함조는 일반적인 바닷새와 달리 깃털에 방수 기능이 없고 다리가 짧아 물 위에서 헤엄 치거나 이륙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수면 위를 스치듯 날며 먹이를 잡거나, 다른 새들을 위협해 그들이 잡은 먹이를 공중에서 가로채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비행 능력은 조류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몸무게 대비 날개 면적이 가장 넓어 단 한 번의 착륙 없이 하루 400~500km를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비행 시에는 뇌의 절반만 잠들고 나머지는 깨어 있는 ‘반쪽 잠’을 자며 하늘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대표는 “울산 동해안은 조류 이동 통로로서 가치가 높지만, 군함조를 육지 해안에서 만나는 것은 매우 드문 행운”이라며 “최근 발생한 강한 비바람에 경로를 이탈해 울산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희귀 나그네새와 여름 철새들에 대해 시민, 조류 동호인들과 함께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