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공군 추첨제와 군수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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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현역병 입대를 앞둔 청년들은 고민이 많다. 우선 육군과 해군, 공군 등 각종 군대 중에서 어느 곳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입대 희망자가 직접 여러 조건을 알아보고 이에 걸맞은 준비를 해야 한다. 더욱이 요즘 군대는 본인이 가고 싶다고 언제든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의무복무이지만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입영 경쟁률은 공군 10대 1, 해군 4.6대 1, 해병대 2.8대 1로 집계됐다. 복무 기간이 육군·해병대보다 3개월이 긴 공군 입대 경쟁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공군의 경우 그동안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군 입대 희망자들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헌혈과 봉사, 토익과 토플 점수 취득 등 합격 확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심지어 공군 입대를 위해 재수·삼수를 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스펙 경쟁이 갈수록 과열되면서 ‘공군 입대 고시’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병무청은 특정 군에 대한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공군 일반병 선발 방식을 무작위 전산 추첨 방식으로 전환했다. 선발 제도가 변경되자 청년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스펙 준비에 공을 들인 청년들은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재 선발 방식이 소수점 차이로 당락을 결정지을 만큼 치열했던 점을 고려할 때 차라리 추첨이 더 유리하다는 반응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군 입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무 여건이 다른 군에 비해 좋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격오지 근무가 적고 휴가가 많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월급이 대폭 인상되면서 3개월을 더 복무하는 것도 되레 장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공군은 수능 준비를 하는 장병들에게 무척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부대마다 독서실을 갖추고 있는데다 일과 후 개인 시간 활용이 다른 군에 비해 자유스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부대마다 야간 시간을 이용해 수능을 준비하는 장병들이 적지 않다. 탁월한 여건 덕분에 공군이 ‘군수(軍+N수)’ 명소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공군 추첨제 도입이 이미 제3의 대입 루트로 자리 잡은 ‘군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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