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제 공곶이 ‘노란 수선화 물결’ 계속 감상한다
고 강명식 씨 일군 수선화 천국
2023년 별세 후 잡초만 무성
거제시, 재정 투입해 관리 수탁
7월 3년 관리 기간 만료 앞두고
“사유지라 앞으론 개인이 관리”
황폐화 우려에 관리 기한 연장
주말을 맞아 나들이객들로 북적이는 거제 공곶이 수목원. 노란 수선화 군란과 쪽빛 바다가 그려내는 풍광이 잊지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이 내도다. 김민진 기자
경남 남해안 끝자락에서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살랑이는 봄바람에 맞춰 일렁이는 샛노란 수선화 물결을 계속 감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거제시가 남부권 최고 수선화 명소로 손꼽히지만 사유지라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는 ‘공곶이 수목원’에 시 재정을 투입해 계속 관리하기로 했다.
1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7월 만료 예정인 공곶이 수목원 수선화 경관조성 관리기간을 2029년 6월까지로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공곶이 수목원은 진주 문산 출신인 고 강명식 대표가 거제에서 아내 지상악 여사를 만나 반평생을 바쳐 일군 공간이다. 두 사람은 1968년부터 황무지나 다름없던 바닷가 비탈 14만 8761㎡를 거대한 계단식 밭으로 만들었다. 당시 농기계를 들이지 못해 호미와 삽, 곡괭이로만 폭 1m, 깊이 1m, 길이 4000m의 거대한 고랑을 파 동백나무, 종려나무, 수선화, 매밀꽃 등을 심었다.
이후 우연히 꽃밭을 본 방문객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하나, 둘 찾기 시작했고 매력적인 영상 촬영지로 각종 매체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특히 완연한 봄 햇살에 만개한 수선화가 일대를 노랗게 물들이는 3~4월은 보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고 해서 ‘수선화 천국’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덕분에 거제를 대표하는 명소 9곳 중 하나로 한 해 4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고 있지만, 지금도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23년 5월 강 대표 별세 이후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으면서 잡초만 무성한 모습으로 방치돼 방문객 발길이 끊겼다. 남은 가족도 고령인 데다 건강도 여의찮아 관리할 형편이 안 된 탓이다. 그러자 보다 못한 거제시가 손을 내밀었다. 사유지이지만 사실상 공공재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목원 측과 무상사용 협의를 통해 그해 7월부터 3년 시비를 투입해 관리하기로 한 거제시는 첫해 8000만 원을 들여 수선화 7만 포기를 새로 심었다. 다행히 겨울을 잘 견뎌낸 수산화가 이듬해 봄 꽃망울을 터트리면 1년 만에 옛 명성을 되찾았다.
이후 최근까지 매년 1억 원을 들여 수선화 구근 식재와 재배 관리를 수행했다. 여기에 2024년부터 일운면 예구항과 수목원 일원에서 ‘공곶이 수선화 축제’도 열고 있다. 이 축제는 전국에서 연중 가장 먼저 개최되는 꽃 이벤트로, 올해도 지난 21~22일 양일간 4만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공곶이 수목원을 노랗게 물들인 수선화 군란. 거제시 제공
공곶이 수목원을 노랗게 물들인 수선화 군란. 거제시 제공
그런데 최근 거제시가 7월 위탁 기간 만료를 앞두고 사유지인 만큼 앞으론 가족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일이 꼬였다. 가족들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운영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수목원 강병철 대표는 “(부친이 돌아가신 이후) 엉망 됐다는 소리를 안 들으려고 이 악물고 버티고 있다. 지금도 버거운데 (거제시) 지원마저 끊기면 현실적으로 관리가 불가능 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공곶이 수선화 풍광을 눈에 담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공곶이를 찾는 관광객 덕분에 이맘때 상당한 낙수효과를 얻는 일운면 주민들도 이에 동조하며 당분간은 거제시가 계속 맡아달라고 거듭 요청했고 거제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거제시 이영실 농업기술센터소장은 “공곶이는 노부부의 헌신에 지자체의 관리 노력이 더해져 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체계적인 유지, 관리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