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KAI 맞손… ‘한국판 스페이스X’ 시동 거나
한화 KAI와 MOU맺고 지분 확보
항공우주·방산 수출 경쟁력 제고
경남 벤처기업 등 낙수효과 기대
두 기업 시너지로 우주 주권 노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들이 지난 2월 ‘방산·우주항공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99%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우주항공·방위산업 분야에서 구속력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덩치를 키워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두 기업 모두 경남에 둥지를 틀고 있어 지역 경제 낙수효과도 기대된다.
우리나라 방산 대표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우주항공 대표 업체인 KAI의 지난해 매출은 합쳐 13조 원이다. 직접 고용 인원이 1만 명이 넘을 만큼 고용 지표도 견인하고 있다. 한화는 K-9 자주포 등 지상 방산 외에 항공엔진과 항공전자, 레이더, 우주 발사체 등 핵심 부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KAI는 전투기·헬기·무인기 등 항공기 체계 개발과 생산, 중대형 위성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 2월 경남 항공우주·방위 산업 생태계 육성을 목표로 ‘방산·우주항공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개발 및 체계 통합 △수출 목적의 무인기 공동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 △위성·발사체·서비스를 포함한 글로벌 상업 우주 시장 공동 진출 △방산·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및 지역 공급망 육성 등 분야에 힘을 합한다.
MOU의 진정성과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실제 KAI의 지분 거래까지 이뤄졌다.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는 국내 방산·우주항공 분야의 생태계 혁신과 새로운 동반성장 모델이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대표이사는 “KAI와 협력해 우주항공 분야 협력사 상생을 바탕으로 성장·협력 모델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사업장 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특히 MOU 연장선에서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이 각각 경남 창원과 사천에 주둔하고 있다. 창원~사천을 잇는 우주항공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경남~전남(고흥 우주센터·순천)~제주(한화우주센터)를 잇는 우주산업 벨트가 확장되는 수순이다. 또 스타트업·벤처기업 육성과 소부장 국산화,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지원과 해외 동반 진출,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청년 인재들 지역 정착까지 연계한다.
미래의 전장(戰場)은 이미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위성·데이터 분석 등으로 작전이 전개되고 있으며 글로벌 방산기업들은 육해공을 넘어 우주 통합 안보 설루션 확보에 집중한다.
우주 사업은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는 만큼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나아가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크고 강한 기업이 필수다. 유럽 기반의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는 2025년 10월 우주 사업 전체를 하나의 신설 법인으로 합치기로 했다.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건물 전경. KAI 제공
독자적인 우주사업부가 없었던 영국 BAE Systems나 미국의 방산업체 노스롭그루먼 등도 우주 발사체와 위성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육·해·공·우주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해외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덩치를 키운 국가대표 기업이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도 “한국판 스페이스X 출범 기반을 마련해 우주 주권(Sovereign Space)을 확보하고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는 우주발사체부터 관측·통신 위성, 탐사에 이르는 한화의 ‘우주 밸류체인’과 KAI가 가진 ‘중대형 위성 개발 및 탐사선’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저궤도 위성통신부터 우주 탐사까지 아우르는 종합 우주 패키지를 구축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선 한화에어로와 KAI는 KF-21 수출과 차세대 우주 인프라 구축에서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면서 “최고 성능의 무기체계를 적기에 개발해 해외 고객의 요구를 충족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