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 노숙인 무료 진료소, 올해부터 진료 공간도 없어져 [함께 넘자 80세 허들]
부산진구 ‘사랑그루터기 진료소’
지난해부터 부산시 보조금 끊겨
노숙인센터 옮기며 공간도 잃어
서울시, 2곳에 11억 지원과 대비
부산 유일 노숙인 무료 진료소가 기부를 통해 8가지 약품을 공급 가액 0원으로 제공 받은 것을 나타내는 거래명세서.
부산시 보조금이 끊기고도 1년간 봉사로 이어져 오던 부산 유일 노숙인 무료 진료소가 올해부터는 전용 공간마저 잃었다. 서울시는 무료 진료소 2곳에 11억 원을 지원하는 반면 건강 격차가 큰 부산은 별다른 지원이 없어 취약계층 건강 안전망 확충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운영되어 온 부산 유일 노숙인 무료 진료소인 ‘사랑그루터기 진료소’가 지난해를 끝으로 전용 진료 공간을 잃었다. 이로써 진료소는 보조금도 0원, 진료실 면적도 0㎡가 됐다. 부산진구 한 노숙인지원센터 내에 진료소를 마련해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의사와 약사 등 봉사자가 모여 일 20명가량의 노숙인을 진료했다.
위기는 지난해 시 보조금이 끊기면서부터였다. 상근 복지사 인건비와 약품 구입에 쓰던 보조금 7236만 원은 2024년 6150만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부터는 지급이 중단됐다. 진료소는 1년간 약품 기부 등에 의존해 간신히 운영을 이어 왔다. 그런데 진료소를 배려해 공간을 내주던 노숙인지원센터가 더 좁은 곳으로 터전을 옮기게 되며 전용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센터 내 프로그램실을 특정 요일과 시간에만 진료실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인의협 부산경남지부 정운용 대표는 “진료소는 단순 진료를 넘어 취약한 상황에 놓인 이들과 접점을 만드는 안전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어떻게든 현장 진료를 이어가겠으나 안타깝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노숙인 1종 의료급여와 진료비 지원사업으로 일반 병의원 진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관련 고시 개정으로 의료급여 대상 노숙인은 요양병원을 제외한 모든 1·2차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며 “의료급여에 해당하지 않으면 절차를 거쳐 보건소와 시 지정 의료기관 15개소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노숙인의 의료 문턱을 낮추지 못한다. 2024년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른 부산 노숙인은 1113명(거리노숙인 130명)이었는데 같은 해 건강보험공단 집계에서 부산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12명에 그쳤다. 진료비 지원사업도 노숙인 확인증을 받아 보건소에 방문하고, 진료 의뢰서를 발급한 다음에야 병원에 갈 수 있는 구조다.
심지어 부산시는 올해 진료비 지원에 1억 원을 편성하는 데 그친 반면 서울시는 진료비에 20억 원, 무료 진료소 두 곳에 총 11억 6000만 원을 지원한다. 노숙인 규모가 4~5배 차이 난다는 점을 고려해도 처참한 수준이다.
부산노숙인시설협회 최주호 대표는 “시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니 가급적 의료급여 자격을 만들어 가까운 병원에 가라는데, 노숙인은 신분 도용으로 서류상 자산이 확인돼 의료급여가 불가능한 사례도 있다”며 “(급여가 가능했다면) 노숙인이 안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해 여러 기관을 방문하는 게 까다로울 수 있고, 일용직을 다닌다면 주간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