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민원 때문에…” 구급차 사이렌 자제 요청한 동아대병원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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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인근 거주 주민들 잇단 민원 탓
병원·소방 “환자 이송에는 문제 없어”

부산의 한 대학병원이 구급대원들에게 병원 진입 시 사이렌을 울리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인다. 사진은 119구급차.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대학병원이 구급대원들에게 병원 진입 시 사이렌을 울리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인다. 사진은 119구급차.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대학병원이 구급대원들에게 병원에 구급차 진입 시 사이렌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인다. 이 같은 병원의 지침은 3년가량 전부터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에 따라 구급차는 사이렌 소리를 끌 수 없어 줄이고 있는데, 병원과 소방 측은 환자 이송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7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입수한 구급대원들에게 공유되는 실시간 응급실 정보 간편 조회 서비스 정리본에 따르면, 부산 서구 동아대학교병원 응급실 상황판엔 ‘진입 시 민원 요청으로 사이렌 자제’라는 요구 사항이 담겨 있다.

병원 요청에 따라 구급대원들 대다수는 병원 인근에서 사이렌 소리를 줄이고 있다. 구급차는 법적으로 사이렌을 울리도록 규정돼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3조(긴급자동차의 준수사항)는 ‘사이렌을 울리거나 경광등을 켤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이렌 소리를 끌 수 없는 구급대원들은 궁여지책으로 사이렌 소리를 조절해 동아대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이렌 자제 요청이 시작된 것은 인근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병원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있는데 소음 민원이 병원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로 인해 3~4년 전부터 병원이 구급대원들에게 사이렌 자제를 요청했다. 동아대학교 병원 외에 부산 지역 다른 병원의 경우 사이렌 자제를 요청한 곳은 없다.

병원 측은 주변 민원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였으며 응급환자 진료 업무에 지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주민들로부터 구급 차량 사이렌 작동 소음에 대한 민원을 수차례 받아왔다”며 “병원이 사이렌 소리로 구급차의 도착을 아는 건 아니다. 이미 응급실 종합상황판 메신저와 전화로 얘기가 된 상황이라 사이렌 자제로 인한 업무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구급차 사이렌은 응급한 환자를 위급한 상황에서 병원으로 이송할 때 필수적인 만큼 병원이 나서서 사이렌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의 적절성을 두고는 논란이 있다. 구급차의 존재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줄어든다면 이송 과정에서 사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병원 인근에서 사이렌 소리를 줄여 달리다 사고가 나는 경우 책임을 누가 져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사이렌 소리를 조절한다고 환자 이송이 늦어지거나 구급대원이 크게 불편한 건 아니니 일단 병원의 요구사항에 협조하고 있다”며 “보통 병원에 가까워지거나 병원 근처에서 우회전해 병원으로 들어갈 때 소리를 조절한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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